[스크랩] [애송시 100편-제75편]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애송시 100편-제75편] 성북동 비둘기-김광섭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74편] 절벽-이상 [애송시 100편-제74편] 절벽-이상 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차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73편] 반성 704 - 김영승 [애송시 100편-제73편] 반성 704 - 김영승 밍키가 아프다 네 마리 새끼가 하도 젖을 파먹어서 그런지 눈엔 눈물이 흐르고 까만 코가 푸석푸석 하얗게 말라붙어 있다 닭집에 가서 닭 내장을 얻어다 끓여도 주어보고 생선가게 아줌마한테 생선 대가리를 얻어다 끓여 줘 봐도 며칠째 잘 안 먹는..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72편]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애송시 100편 - 제72편] 마음의 수수밭 - 천양희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잎 몇장 더 얹어 뒤란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71편] 진달래꽃-김소월 [애송시 100편-제71편] 진달래꽃-김소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寧邊)에 약산(藥山)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70편] 방심(放心) - 손택수 [애송시 100편-제70편] 방심(放心) - 손택수 한낮 대청마루에 누워 앞뒤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앞뒤 문으로 나락드락 불어오는 바람에 겨드랑 땀을 식히고 있다가, 스윽, 제비 한마리가, 집을 관통했다 그 하얀 아랫배, 내 낯바닥에 닿을 듯 말 듯, 한순간에, 스쳐지나가버렸다 집이 잠시 어..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69편] 농무-신경림 [애송시 100편- 제69편] 농무-신경림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 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주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68편]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애송시 100편 - 제 68편]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67편] 칼로 사과를 먹다-황인숙 [애송시 100편-제67편] 칼로 사과를 먹다-황인숙 사과 껍질의 붉은 끈이 구불구불 길어진다. 사과즙이 손끝에서 손목으로 흘러내린다. 향긋한 사과 내음이 기어든다. 나는 깎은 사과를 접시 위에서 조각낸 다음 무심히 칼끝으로 한 조각 찍어 올려 입에 넣는다. "그러지 마. 칼로 음식을 먹으..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66편] 의자-이정록 [애송시 100편-제66편] 의자-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