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빛
운산/최의상
나뭇잎을 단풍이란 이름으로 하여
떨어지게 하고
과실수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는
가을볕을 사랑한다.
가을에는 푸른 하늘을 많이 볼 수 있고
가을에는 안방 깊숙이 찾아오는
밝은 햇빛을 볼 수 있어
가을볕이 사랑스럽다.
정열의 빛에 끌려 마당으로 나와
서산으로 지는 빛을 보며
마음에 젖어드는 생명의 애착으로
오늘의 내 삶을 기뻐한다.
나목(裸木)에서 꽃과 잎이 돋아날 때
찬란한 갈채를 받으며 떨어질 것을
생각하지는 못하였으나
서운할 일은 아니다.
이제 당하고 보니
서럽다, 죽고싶다, 아파하던 시간이
영욕의 순간만은 아니었다.
이 시간 신에게 감사할 때다.
2012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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