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산하(山河)
궁창이 허물어진 듯
비는 쏟아지고
쏟아지는 이 시간에
산하는 울고 있다.
젊은 육체들이
젖어드는 한기를 느끼며
江과 심연의 골짜기를
넘나드는
칠월 제비의 몸매에서
화약연기를 그리워한다.
철모 모서리 끝으로
흐르는 빗물 방울에서
범람하는 한탄강恨灘江을 본다.
시야가 흐려지며
빗줄기 소리에
정적은 착검한 칼끝에
까맣게 모여 든다
이렇게 산하의 밤은
전쟁을 통과하며
울고 웃는다.
아침햇살 들어 올려
산하를 비틀어 짠다.
자욱이 푸른 안개 속으로
한탄강恨灘江물이 붉게 흐르고
병사들은 조용히
남방한계선南方限界線 철조망을 따라
동쪽 방향으로만
걸어간다.
서쪽 방향으로만
걸어간다.
1962. 7. 30 중부전선 정연리에서
남방한계선 철조망에 기대어 아침 안개 사이로 선명한
철의삼각지대를 바라본다.뒤로는 철로 없는 정연리철교
밑으로 한탄강 붉은 물이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