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25시

운산 최의상 2012. 10. 16. 09:46

 

 

 

 

          25시

 

 

디킨즈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읽던 밤

눈은 오고

유령이 걸어간 발자국처럼

묵직하던 울림, 희열같은 외비명으로

스산한 겨울바람이 분다.

 

[라이나 마리아 릴케]의 기도소리는

끝내 마음을 여리게 하여

산으로 난 외길을 걷게 한다.

눈 위로 명멸하는 사면을 밟으며

허전한 밤을 방황하던 영혼이 멈출 때

설풍은 저 설원 너머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텅빈 하늘에

아침으로 통하는 슬픔이 이울어 가는데

시계추의 움직임 따라

나목을 가려줄 눈시울의 뜨거움 같은

입술의 서정이라도 기다려지는 밤

망령의 괴로움인냥 일그러진 숫한 사연의 애잔함은

오히려 생수의 범람처럼 평온이 스며든다.

 

눈이 멎은 후

병상의 숨소리가 잦아들고,

라디오의 까만 초점 속에서

기도의 마지막 -아멘-이

그 -아멘-이

방금 멀리 끊겨 사라진 시간.

설풍이 멀리서부터 또 불어오고 있었다.

 

             5사단 30연대 의무대 병실에서 위무병으로 근무하며

                          1961. 12. 25

                서라벌학보게재(1962. 2.12)

             -라이나 마리아 릴케-의 “엄숙한 시간”이 나의 기도처럼 들려 오고 있다.

             <그 누군가 나 때문에 울고, 웃으며 나에게 걸어 오고 있다. 죽어가는 그 사람이

             나를 살펴보고 있다. 오! 이 진토의 작은 영혼을 가엾게 살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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