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땅이나 파며 살까 한다.

운산 최의상 2012. 10. 15. 10:05

 

 

 

 

땅이나 파며 살까 한다.

                                       운산/최의상

 

 

 

내년이 올보다 더 어렵다면

자급자족의 삶을 터득해야겠다.

수입은 줄어들고 지출은 늘어가니

땅이나 파며 살까 한다.

 

 

사랑하는 늙은 아내와

아파트 파먹고 살 수 없다.

아파트 주고 땅 받아

땅이나 파며 살까 한다.

 

 

도피라 해도 좋고

보수라 해도 좋다.

가난한 늙은이에게 필요한 것은

남에게 해가 안 되도록 사는 것이다.

 

 

굴뚝에서 흰 연기 푸른 하늘로 오르는 아침

채마밭 한 가운데 서 있는

백발노인의 한가함을

나를 두고 조명한다.

 

 

                                       2012년 10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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