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에게
夏雲
오십이 넘은 제자들이
스승을 모신다.
그 자리가 흑백사진으로 바뀌며
옛날 6학년 교실이 보인다.
학교 종이 울린다.
교단 위 교탁 앞에서
출석을 부른다.
1번 주oo. 2번 ...
자네 이름이 뭐더라
아! 김00 . 그렇지
자네 공부 잘 하고 반장이었지
그런데 자네는 누구더라.
선생님이 저 종아리 많이 때렸어요.
그랬던가? 자네 장난꾸러기였지.
미안허이, 지금 같으면 잡혀가지
그래도 그때가 그리워요. 선생님
실습지에서 고구마 캐고
한 짐씩 풀 베어 퇴빗가리 쌓고.
학교 증축에 돌과 흙 나르고
호롱불 켜며 중학 진학 시험공부도 했어.
어두운 하학시간 자네들과 손잡고 도란거리며
사리 간이역 쪽으로 손선생님과 사라지고
작은발 쪽으로 최선생님과 사라지고
나는 그 샘골 건너 채용신묘를 지나 성포리로 사라졌네.
그 날 어두운 길 혼자 걸어오며,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면서
샘골 교회당 십자가를 보면서
나는 채용신 선생이 된 기분이었어.
아! 자네들과 헤어진 시간이 38년간이었군.
그 시절 교육 마당엔
칠판과 교과서, 그리고, 선생의 입과 백묵
책상과 의자, 연필과 공책, 남·여학생이 전부였군.
칠판글씨 철판(가리방)글씨 잘 쓰고
아는 것이 많은 선생님
인륜과 꿈을 가르치던 선생님
그래도 제자들 가슴에 살아 있구나.
제자들아 고맙다.
이 시대에
선생님의 허물을
공경과 사랑으로 감싸주니...
제자들아. 옛 시절 버리지 말고
너의 자녀들에게도
그 모범 보여
후손의 기업되게 하라.
2006. 12. 9 본오교 20회 졸업생들이 초청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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