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여행에서 여행길로

운산 최의상 2012. 6. 13. 09:41

 

 

 

  여행에서 여행으로

운산 소장 <외로운 얼굴> 강원 정선산

 

 

 

여행에서 여행길로.

                                  운산/최의상

 

 

 

여행은 즐겁고, 놀랍고, 신기하지만

힘들고, 무력하고, 짜증나기도 한다.

다만 고통을 참을 줄 아는

그런 사람들의 놀이다.

 

 

사진 찍기에 몰두하면

그윽히 들리는 풍경소리 듣지 못하고

옆 사람의 지혜로운 담소를 지나치며

외로운 여행객으로 뒤 처진다.

 

 

꽃나무 아름다움에 탐익하면

고풍 천년으로 회귀하여

인정의 유혹에 걸터앉아

해 저무는 줄 모른다.

 

 

여행은 나그네 길이어야 한다.

외나무다리도, 징검다리도

시냇물 흐르듯 건너가야 하고

영마루도 구름 흐르듯 흘러가야 한다.

 

 

여행은 인생길이어야 한다.

먹으며 걷고, 구경하며 걷고

휴식 중에도 걷는다.

살아온 길은 슬프고도 행복한 길이어야 한다.

 

 

여행은 아름다운 길이어야 한다.

고운 옷 갈아 입고

내 살던 집 문 잠그고

백합꽃 핀 동산 너머 고향 가는 길이어야 한다.

 

 

                                                    2012년6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