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수필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운산 최의상 2018. 3. 27. 19:15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최의상



오늘도 [안전안내문자]가 왔다.

[경기도청][기후대기과](27일)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재발령, 외출자제, 차량2부제

(홀수운행,민간자율) 동참바랍니다.


눈 앞에 미세먼지는 보이지 않는다. 900m 멀리 보면

안개처럼 뿌옇다. 저것이 미세먼지며 그것이 우리 육체 안으로

들어와서 쌓이면 죽을 수도 있기에 침묵의 살인자라고 한다.

인생 2모작의 세상에서의 나의 직업은 주차전산관리원이다.

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차를 주차프로그램에 의하여 컴퓨터로

수동작업을 하는 직업이다. 다행인 것은 주자비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관리차원에서 2시간 무료후 초과 30분당 1,000원을 받는데

초과되는 금액은 아주 미미한 것으로 돈에 신경 쓸 필요가 없어 좋다.


‘솥 떼놓고 3년’ 이란 말이 있다. 솥을 들어내고 바로 작업을 하지 않고

다음에 하지 한 것이 3년이 지나도록 솥을 걸지 못하였다는 말로

어느 직장에 들어가 잠시 있다가 옮긴다는 것이 어쩌다 3년이 지났다는 말과 같이

나도 잠시 해 보자 한 것이 12년이 되었다. 한 평도 안 되는 주차부스에서

나는 참으로 즐겁게 지냈으며 지금도 즐겁게 지내고 있다.


이 주차 부스는 나에게는 카페다. 본업인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하면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며 무선아이포겟파이에 의하여 인터넷을 활용하며

일기, 시, 수필을 쓰며 성경 신구약을 필사하며 사진을 올리고

문학카페 문인들과 작품을 교류하며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기 때문에

나는 여기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실속있는

내 생활을 즐겁게 영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충도 있다. 하루에 내가 담당하는 차는 들어오는 차와 나가는 차를

합하여 약 300여대 이상을 취급하여야 한다. 사람을 대하는 감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는 기쁘고 즐거울 때도 있지만 속상하고 야속할 때가 더 많은 곳이

여기 주차근무의 속사정이다. 정당하게 하고도 욕 먹는 곳이다. 갑질하는

졸부들이 있고, 자기 기분이 나빠도 우리는 불친절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어쩌면 미세차별이 심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일에 속상하는 곳이다.

그 작은 일이 쌓이고 쌓이면 응어리가 생기는지도 모른다.


차가 출입을 하는 통로 양쪽 둔턱에는 새까만 미세먼지가 쌓이고 쌓여

끈적이고 있다. 이것은 타이어가 닳아서 차가 달리는 바람을 타고

풍겨 쌓인 미세먼지로 지금 저 하늘에 떠다니는 미세먼지보다

더 무서운 미세먼지일 것이다. 이 먼지를 12년을 마시고 생활한 것이다.

우리는 춘하추동 창문을 항상 열어 놓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미세먼지를 매일 마시고 살아왔다.

마스크를 쓴다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나 위암초기를 발견하여 위절제수술을 하고

5년이 지나 의사는 [완치되었습니다]라고 금년 3월초 판정을 받았다.


오늘 마스크를 쓰고 운전하며 들어오던 손님이

‘아저씨는 마스크 안 써도 돼요?’ 하기에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어요.’

무심결에 이렇게 말하였다. 그 손님은 빙긋 웃으며 들어갔다.

잠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100세 시대인대 아직도 살 날이 앞으로 20년은 남았는데

20년을 살기 위해서는 마스크를 써서 저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를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마스크를 만지작거리다 두고 온 것을 후회하였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이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폐가 망가지고 위와 간이 망가져

결국 침묵의 살인자에게 당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에 귀결하였다.

이 침묵의 살인자를 막는 일은 개인의 문제가 크지만 정부차원에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고

이웃나라와 전 세계가 한 마음으로 퇴치하는 일에 나설 때 지구의 인간은 행복해질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에 의하여 어느 나라가 초상이 났다는 보도를 접하기 전에

특단의 예방조치가 시급하다. 저기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가 몰려오고 있다.


                                                                  2018. 3월 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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