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와 적폐 청산
최의상
봄비가 오면 우리는 기대하는 마음이 있다.
추위로 가슴을 오그리고 기를 펴지 못하던 심정에 봄비는 가슴을 펴게 한다.
봄비는 시원스럽게는 오지 않지만 밤새 산과 들과 시내와 강, 그리고 바다까지 내려
쌓였던 때를 녹이며 더러운 때를 씻어내고 아침에는 푸른 풀잎에 물방울을 맺게 한다.
봄비를 맞은 식물들은 잠에서 깨어 새 싹을 내밀기 시작할 것이다.
놀라운 생명의 부활을 찬양하며 대지를 푸르게 할 꿈에 부풀기 시작한다.
농부들은 정월대보름날 오곡밥을 먹으며
금년 농사를 지을 씨앗들을 찾아 파종할 기쁨에 젖어 있다.
각종 꽃들은 봄의 색깔을 골라 노란색으로, 분홍색으로, 하얀색으로,
자주색으로 단장할 준비를 하고 잎이 나오기도 전에 꽃부터 피고 만다.
이렇게 자연은 순리대로 시간과 함께 운행되므로 봄비에 적폐는 없다고 볼 수 있었다.
봄비는 꿀맛이요 청량음료와 같았다.
그러나 지금의 봄비는 해설이 필요 없이 불순물로 인하여
지구를 병들게 하는 적폐의 봄비가 되었다.
이 적폐의 봄비를 어디서 부터 언제부터 어떻게
찾아내야 할것인지 할 일 없이 생각해 보았다.
적폐청산은 폐가 되는 것이 쌓이고 쌓여 이제는 맑고 깨끗하게 치워야 한다는 것이다.
요즈음 적폐청산은 입법, 사법, 행정과 대기업체간의 쌓인
잘못된 관행과 부패를 청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대통령을 비롯한 대한민국 공무원과 대기업체간의 적폐를 청산하자는 것 같다.
그런데 깨끗한 시점이 언제일까 하는 애매한 그 지점을 알 수가 없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도 독재와 부정선거로 하야하고 망명하였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도 친일파로 더럽혔다고 하여 지금까지 친일잔재 쓸어내자고 한다.
그러면 언제 부터 이 나라가 깨끗한 나라였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조선을 거슬러도 고려를 거슬러도, 삼국시대를 거슬러도 적폐는 여전하니
단군왕검을 피고인으로 불러 세울 수도 없다.
그러면 가장 가까운 적폐부터 살펴 보자.
국정농단 박근혜정부는 감옥으로 쳐 넣었으니 적폐청산이 되었고,
말썽 많은 다스의 주인공이 누군지도 모르는 MB정부의 적폐청산도 곧 감옥으로 갈 것이니
적폐청산이 거의 다 되었다고 본다.
그러면 적폐청산은 완전히 다 이루어졌는가 하는 의심이 든다.
MB정부 전 노무현정부는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 명 안 될 것이다.
그러면 노무현정부의 적폐청산도 시작 되어야 할 것이다.
적폐청산이 필요 없는 맑고 깨끗한 사람들이 살던 곳을 찾아가는 길이니
노무현정부시절의 적폐도 청산하고 다음 DJ정부와 YS정부와
노태우와 전두환정부도 적폐청산하고 최규하, 박정희,
이승만대통령으로 거슬러 적폐청산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할 수 있는지는 모르나 이렇게 적폐청산을 하고 나면
뒤로 물러서서 9개월간의 문재인 정부의
적폐를 찾아 청산을 해야 적폐청산을 하였다고 할 것이다.
억지를 부린다고 할 것이다. 억지가 아니다.
적폐청산 대상이 박근혜정부와 이명박정부로 끝난다면
그것은 청산이 아니라 청치적 수단이요 권력다툼일 뿐이다.
적폐청산의 시작의 시간성이 없고 제도의 보완성도 보이지 않고
오직 사람 잡아들이는 인적청산이 되고 만다.
인적청산 백 번하여도 나라의 틀이 변하지 않으면 사방에 적폐는
그대로 뿌리를 박고 있을 것이다.
적폐청산을 당하지 않기 위하여는 6.13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여기서 권력이 밀리면 위기라는 것을 직감하고 할 수 있는 권모술수가 총 동원될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런 현상은 바로 적폐다. 그런데도 이런 현상을
적폐로 보지 않으려고 한다. 권력을 빼앗기면 감옥에 간다는 공식을 알기에
적폐라는 것을 알면서도 관습적으로 적폐에 가담한다.
지금 남과북, 그리고 미국과 북이 해빙무드인듯 트라이앵글 쑈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세 정상들은 동상이몽이다.
아전인수격으로 자기 편리한대로 낙관을 하고 있다.
이 상황을 국민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같다.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그만한 댓가를 받았기 때문이고,
핵을 포기하겠다는 담판을 하였다면 우리는 엄청난 댓가를 안겨 주었을 것이라고
국민들은 생각할 것이다. 과거 학습에 의하여 얻어진 결론이다.
이번 평창올림픽과 핑퐁대화도 사전에 조율하고 그 각본에 의하여
연출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들을 한다.
미국은 수위를 조절하며 한국과 북한을 저울질하고 있으며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핵을 두고서는 어떤 결론도 없다고 본다.
미국의 생각은 북 핵 폐기 항복을 받거나 아니면 무력대응 두가지 뿐일 것이다.
그러므로 국민은 불안한 것이다.
더욱 불안한 것은 평화 회담을 성사하려고 북에 저자세로 북의 요구를
국민의 합의도 없이 받아들이고 남한의 자유민주주의도 아니고 북의 공산사회주의와
비슷하게 얼버무리는 정체불명의 회색정치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적폐청산의 제1호 대상이 될 것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도 적폐를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여야 한다.
국민을 현혹시키며 독주하는 느낌이 없다면 그 지도자는 독재를 하는 것이며
적폐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나라 정체성이 뚜렸해야 하고 자유민주주의공화국임을
조금이라도 이상한 말로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제 봄비도 그치고 하늘도 어두워지고 있다. 가로등에 비친 나목(裸木)이
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2018.03.19 저녁
'문학 >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침묵의 살인자 미세먼지 (0) | 2018.03.27 |
---|---|
극대극의 밥상머리 (0) | 2018.03.26 |
[스크랩] 갑작스런 친구의 부음(訃音)을 듣고 (0) | 2017.08.26 |
[스크랩] 종일 오는 비를 보며 (0) | 2017.08.24 |
사람의 참 모습은 허무 (0) | 2017.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