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헌(烏竹軒)에서
최의상
오죽(烏竹)의 녹색잎 바람에 흔들리는 오후
발병난 아내 뒤에 두고 온 마음
율곡송과 배롱나무꽃이 반겨준다.
신사임당이 이이와 매창의 손을 잡고
곧은 소나무와 배롱나무앞에 선 모습에
아내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망(望)팔십에
나 여기 왜 왔는가, 내게 묻고 싶다.
무엇을 구하려고 온 것은 틀림없는데
입구에 견득사의(見得思義)라 하였다.
얻은 것을 보면 의로운 것인가 한 번 생각하라
생각하여도 얻었다 할 것은 그리움이니
이 그리움 의로운 것인지 내게 또 묻고 싶다.
신사임당의 그리움은 사랑으로 흘러
오늘도 강릉을 길러내고
모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길러내고
나의 허한 마음으로 흐르는데
오죽헌의 신성한 대나무밭을 떠나면
아픈 소리만 들리는구나.
2015.7.23 오죽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