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오죽헌(烏竹軒)에서

운산 최의상 2015. 7. 28. 13:38

 

 

 

 

 

              오죽헌(烏竹軒)에서

                                                최의상

 

오죽(烏竹)의 녹색잎 바람에 흔들리는 오후

발병난 아내 뒤에 두고 온 마음

율곡송과 배롱나무꽃이 반겨준다.

신사임당이 이이와 매창의 손을 잡고

곧은 소나무와 배롱나무앞에 선 모습에

아내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망(望)팔십에

나 여기 왜 왔는가, 내게 묻고 싶다.

무엇을 구하려고 온 것은 틀림없는데

입구에 견득사의(見得思義)라 하였다.

얻은 것을 보면 의로운 것인가 한 번 생각하라

생각하여도 얻었다 할 것은 그리움이니

이 그리움 의로운 것인지 내게 또 묻고 싶다.

 

 

 

 

 

신사임당의 그리움은 사랑으로 흘러

오늘도 강릉을 길러내고

모국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길러내고

나의 허한 마음으로 흐르는데

오죽헌의 신성한 대나무밭을 떠나면

아픈 소리만 들리는구나.

 

 

 

 

 

2015.7.23 오죽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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