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時調

[스크랩] [윤금초] 신작 시조 2.

운산 최의상 2014. 6. 3. 16:38

    쓰르라미의 시 



                   윤 금 초



온몸 달군 소릿결이 진득허니 고여서는

잇꽃 빛 진채眞彩 물감 물큰하게 풀어낸다,

쓰르람 울음이 타는 저 풀잎 끝 난간에.


목젖 부은 내 하루는 접두사도 접어 둘까.

비루먹은 세간에서 시마詩魔 그도 허기진 날

쓰르람 울음이 타는 어릿광대 몸짓 같이.

 



- 계간문예 2009 가을 호

 


 



       애고, 애고, 도솔천아

              - 봉수산 봉곡사



  느긋하게 굽어 있다, 소낭구 닮은 길이

  봉수산 봉곡사는 개다리소반 같은 절이다.

  동짓날 동치미가 제격인 소담한 소반 같은.


  늙을수록 품이 나는 소나무밭 도솔천아.

  굵은 놈은 대들보로, 휜 가지는 서까래로, 관솔 가지 불 지펴서 죽 끓이고 추위 잊고, 보릿고개 마주하면 용 비늘 껍질까지 훌훌 벗어주고 흉년 가뭄 구황식품 송기죽에 송기떡이다. 결이 곱고 쭉쭉 뻗은 살 거죽 붉은 금강송, 풍진 세상 험한 꼴을 더는 겪지 마시라는 늘푸른 바늘잎 춘양목이며, 할머니 아픈 무릎 동으로 뻗은 뿌리 삶아 먹고, 어린아이 콜록이면 솔잎 달여 먹이고, 배탈 나면 솔방울에, 화병 나면 송홧가루. 제 몸통 베어내고 뿌리만 남아있어도 백봉령 적봉령 용한 약재 빚어내고 오줌발 시원찮은 약질 돕는 나무. 과묵하고 기교 없는 도래솔 송뢰 소리, 관솔불 그을음은 송연묵松烟墨으로, 금강송은 대궐 짓고, 곰솔은 바람 막고, 곧게 자라 절개를 섬기고, 우불구불 굽게 자라 무위자연 일깨운다. 달 오르면 솔잎 사이로 금가루 체질하고, 천년 세월 땅 속 깊이 녹아내린 쓴 송진이 호박을 게워낸다. 송화다식, 송편은 복락이고 동짓날 밤 송하주松下酒에 솔잎차는 호강인데, 무주공산 그리 살다 마지막 가는 길에 네 몸 쩍쩍 갈라 만든 황장목黃腸木 칠성판에 누워 가네, 누워 가네. 부연 안개 송홧가루 온 숲을 잠기게 하고, 태어나 막줄 길 가는 날 네 신세가 그지없다.

  만지송萬枝松 덜 아문 생채기나 어루만지게, 어루만져!  




* 심인보, ‘곱게 늙은 절집’ 부분 패러디.



- 계간문예 2009 가을 호

 

 

 



 명적鳴鏑



            윤 금 초



꿈결엔 듯

소스라치다

자리끼를 드는 순간

삼천 대천 미물들이

돈오 돈수頓悟頓修 깨어나고

부르르 

우는살 소리,

명치끝을 내리 친다.


앉으나 서나

살 떨리는

화통지옥 이생에서

한 시대 과녁을 겨눈

시위 떠난 불의 화살

부르르

우는살 소리,

적멸 천리 문을 친다.



- 계절문학(월간문학) 2009 가을 호

 

 

 

 

 



      못난이 천불 천탑

          - 영귀산 운주사



                   윤 금 초



  못나도 지지리 못난 눈끔적이, 짝귀하며

  어디론가 입은 숨고 일그러진 머슴불이

  어느 날 어느 세월에 천불 천탑 이뤘는가.


  개울 그 물소리도 초롱초롱한 음색이다.

  울도 담도 없는 쪼가리 밭뙈기 사이 비알마다 돌부처요 돌탑이다. 콧잔등 떨어져나간 외짝 팔 외짝다리, 번뇌와 깨달음이 별 다르지 않고 혜욤이 번뇌란다. 몸뚱이 없어 편하지? 울퉁불퉁 찌그렁이 앉은뱅이 석불들아. 영귀산 콧바람 한번 쐬고, 대숲에도 솔밭에도 숨어 있는 돌부처 돌탑이다. 끼리끼리 어설픈 것도 어설퍼서 거지탑 호떡탑에, 실패탑 항아리탑이 간밤에 내린 비로 키가 훌쩍 자라 있네!

  와불님, 어여 어여 일어나 미륵세상 열고 오소.


 

* 혜욤 = 생각의 우리 탯말.

* 심인보 ‘곱게 늙은 절집’ 일부 패러디.  



- 시조세계 2009 여름 호 및 시선 2009 가을 호 ‘시선 리뷰’


출처 : 열린시조학회 시조창작반
글쓴이 : 마루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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