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과 함께 떠나는 명시여행(10)
그리운 바다
존 메이스필드
내 다시 바다로 가겠네, 그 외로운 바다와 하늘로 가겠네
큼직한 배 한 척 바라볼 별 하나한 떨기만 있으면 그 뿐
빨리도 달리는 바퀴, 바람의 노래, 흔들리는 흰 돛대와
물에 어린 회색 안개 동트는 새벽이면 그 뿐이리
내 다시 바다로 가겠네, 물결이 달려가며 나를 부른 소리
거역하지 못할 만치 우렁차고 맑은 그 부름 소리, 내게 들리고
흰구름 나부끼며 바라 부는 하루와 흩날리는 눈보라
휘날리는 거품과 울며 가는 갈매기 있으면 그 뿐이리
내 다시 바다로 가겠네, 떠도는 집시처럼
바람 새파란 칼날 같은 갈매기와 고래의 길로 가겠네
호탕하게 웃어대는 친구의 즐거운 끝없는 이야기와
지루함이 끝난 뒤의 조용한 잠과 아름다운 꿈만 있으면 그 뿐이리.
매우 호탕하고 스케일이 큰 시다. 바다란 것이 본래 광활하고 가이없는 어떤 대상이지만 이렇게 시가 활달할 수 없다. 무엇이든 거침이 없다.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한 가지만 희구하는 사람의 눈과 귀에만 허락되는 머나먼 아득한 세계다.
현재, 시인은 바다와 떨어져 있으면서 바다를 그리워하고 있는 사람으로 있다. 언젠가 가까이 있었던 바다. 내가 그였고 그가 나였던 바다. 나와 혼연일체였던 바다. 그러나 지금은 바다와 내가 분리되어 둘이 되어 있다. 이러한 거리감으로 하여 그리움이 생긴다. 그래서 시인은 <내 다시 바다로 가겠네>라는 말을 여러 차례 되뇌인다.
그리움이란 무엇인가? 그리움은 시를 낳게 하는 가장 크고 튼튼한 어머니다. 그 어떤 시도 그의 가슴에서 태어나 그의 무릎 아래 자라도록 되어 있다. 그리움이란 예전엔 내게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그 어떤 존재다. 지금, 여기가 아니라, 저기, 그 어떤 날을 염두엔 둔 마음이다. 또 그 공간에서 만나는 어떤 사람이다.
그리움에는 늘 애달픔이 따르게 되어 있다. 허약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에 나타난 그리움은 매우 씩씩한 그리움이다. 그 어떤 것에도 거칠 것이 없다. 역시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라 그럴까? 존 메이스필드(John Masefield, 1878-1967)는 영국사람. 어려서부터 뱃사람이 되어 여러 바다를 떠돌았다. 미국에서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하층계급의 경험을 하여 나중에 시와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한다. 위의 작품은 비교적 초기작품으로 보인다.
-http://cafe.daum.net/KEAA(재미수필문학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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