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찬 대보름달에게
최의상
불이 탄다.
들불이 탄다.
울화가 달덩이 되고
달덩이가 들불을 삼키며
큰 달덩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덜 찬 달덩이는
앳띤 미소 지으며
인간의 소원을 꿀꺽 꿀꺽 삼킨다.
구름사이로 숨바꼭질 하며
흐린 얼굴로 입맛을 다신다.
돈이 타는 냄새가 난다.
무병장수의 누린내가 난다.
치즈와 뻐터의 끈적임, 불고기 타는 냄새에
덜 찬 달덩이는 토하고 싶다고 한다.
오곡밥과 나물의 향기로움이 그립다고 한다.
달이여
덜 찬 달이여
돈도, 건강도, 희망도 덜 찬 인생이여
꽉 찬 대보름달 만나면
내 소식이나 전해 다오
2013년2월24일 대보름달은 만월이 아니었다, 덜 찬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