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시인
바다
귀기우려도 있는것은 역시바다와 나뿐.
밀려왔다 밀려가는 무수한 물결우에 무수한 밤이 往來하나
길은 恒時 어데나 있고, 길은 결국 아무데도 없다.
아-반딧불만한 등불 하나도 없이
울음에 젖은 얼굴을 온전한 어둠 속에 숨기어가지고..... 너는,
無言의 海心에 홀로 타오르는
한낫 꽃같은 心臟으로 沈沒하라.
아- 스스로히 푸르른 情熱에 넘쳐
둥그런 하눌을 이고 웅얼거리는 바다,
바다의깊이우에
네 구멍 뚫린 피리를 불고...... 청년아.
애비를 잊어버려,
에미를 잊어버려,
형제와 親戚과 동모를 잊어버려,
마지막 네 게집을 잊어버려,
아라스카로 가라, 아니 아라비아로 가라,
아니 아메리카로 가라, 아니 아푸리카로
가라, 아니 沈沒하라. 沈沒하라. 沈沒하라!
오- 어지러운 心臟의 무게우에 풀닢처럼 흣날리는 머리칼을 달고
이리도 괴로운 나는 어찌 끝끝내 바다에 그윽해야 하는가.
눈뜨라. 사랑하는 눈을뜨라........ 청년아.
산 바다의 어느 東西南北으로도
밤과 피에 젖은 國土가있다.
아라스카로 가라!
아라비아로 가라!
아메리카로 가라!
아푸리카로 가라!
評
1. 따라서 우리는 불완전한 미화작용을 의심케 하는 이런 구절(제2연3~4행)에서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沈沒하라.” 는 네 글자뿐이 아닌가 하고 느끼게 된다. 송욱-서정주론에서-
2. 이와 같이 이 시인의 내면적인 허무의식은 “垓心에 홀로 타오르는” 정열에 넘쳐 “바다에 그윽한” 심장의 고동을 안고 부모. 형제. 처자. 친구. 친척. 이웃 등 그 모든 것과 결별하고 “길은 항시 어데나 있고/ 길은 결국 아무데도 없었던” “등불 하나도 없는 ” 검은 공허를 방황하게 된 것이다. 김학동-서정주 시론에서-
3. 제4연을 인용한 뒤 “이 시인 특유의 저항과 반역과 통곡과 절규의 목소리”다.
김시태-서정주의 역설적 의미에서-
4. 1930년대의 그 암담한 상황 속에서 앞 뒤가 꽉 막혀버린 한국 지식인의 절망적인 정신풍경을 이 작품에서처럼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은 거의 없으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 사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하나의 ‘죽음’을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애비와 에미와 형제와 친척과 동무와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기 계집까지도 잊어버랴야 하는 철두철미한 고독에 도달한 것, 그것은 하나의 죽음에 해당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천이두-지옥의 열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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