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애송시 100편-제16편]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애송시 100편-제16편] 우리가 물이 되어 -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2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15편] 목마와 숙녀, 박인환 [애송시 100편-제15편] 목마와 숙녀 -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2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14편]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정희 [애송시 100편-제14편]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2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13편] 빈집, 기형도 [애송시 100편- 제13편]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2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12편] 저녁눈, 박용래 [애송시 100편-제12편] 저녁눈 - 박용래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 일러스트=잠산 시평 박용래(1925~1980)..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2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11편] 대설주의보, 최승호 [애송시 100편-제11편] 대설주의보 - 최승호 해일처럼 굽이치는 백색의 산들, 제설차 한 대 올 리 없는 깊은 백색의 골짜기를 메우며 굵은 눈발은 휘몰아치고, 쬐그마한 숯덩이만한 게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굴뚝새가 눈보라 속으로 날아간다. 길 잃은 등산객들 있을 듯 외딴 두메마을 길 ..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2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10편] 사슴, 노천명 [애송시 100편 - 제10편] 사슴 사슴 -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1938년&..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2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9편] 한잎의 여자, 오규원 [애송시 100편- 제9편] 한 잎의 여자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2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8편] 묵화, 김종삼 [애송시 100편 - 제8편] 묵화 묵화(墨畵) 김 종 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1969> ▲ 일러스트=잠산 시평 김종삼(1921~1984) 시인의 시는 짧다. 짧고 군살이 없다. 그의 시는 여백을 충분히 사용해 언어..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2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7편] 사평역에서, 곽재구 [애송시 100편 - 제7편] 사평역(沙平驛)에서 사평역에서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