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을 보며
황혼을 보며
운산/최의상
한 평생을 저 마지막 붉은 노을에
거침없이 던질 힘도 없기 전에
욕심 같은 멍청한 습관들을 이제는 태워버리자.
불타는 화광의 출렁임속에 함께 살자.
이름도, 나이도, 추억도, 사람의 마지막 자존심도
하나 씩 조용히 소지(燒紙)하여 올리자.
다만 버리지 못할 것이 있다면
손등 울퉁불퉁한 핏줄 꽉 잡고 즐겨라.
내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내가 나를 떠나기까지는
나의 핏줄 꼭 쥐고
나와 이웃을 사랑하며 즐겨야 한다.
황혼이 멎는 날 까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여인의 시간을
비쩍 마른 손이라도 서로 잡고
사랑의 핏줄로 그날 이르도록 따뜻함을 느끼리.
2012년 1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