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고향의 이미지

운산 최의상 2012. 5. 11.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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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산/최의상

 

 

눈이 멎었다.

안방 작은 뒷문

살며시 열면

집 새들 포로롱 날아가고

장독 위 눈이

소리 없이 날리네.

 

 

 

눈이 몇 자나 쌓였나.

오늘 따라

봉분이 더 둥글다.

아버지의 아버지 바라보며

소리 없이 불러 본다.

아버지. 할아버지

 

 

 

큰어머니가 떠다 주시는

살얼음 동치미국물

마시고

호롱불에 코 속 끄리며

흰 눈 한 사발 퍼서

목마름을 해갈했지.

 

 

 

 

 

 

 

 

 

 

 

 

 

 

 

 

 

 

 

 

사십 가닥 전신주에서

찬 겨울 소리 들려도

동구 밖 최부자집

텃논에서

앉은뱅이 썰매 타는 소리

그 소리가 좋았지.

 

 

 

두터운 초가지붕 처마에

수정고드름 바라보며

프리즘색깔 속

공주님을 생각했었지.

공주님 구하러 가야한다고

다짐하면서,

 

 

 

한낮이 지났어도

발자국도 없는

신작로의 하얀 길이

천사의 전용도로처럼

신비로웠다.

신비로웠다.

 

 

 

 

 

 

 

 

 

 

 

 

 

 

 

 

 

 

 

 

 

 

 

 

생전처음

신작로에

버스가 개통하던 날

동네잔치를 했어요.

그 후 신작로에는

하루 두 번 바퀴자국이

한참은 생생히 남아 있었지요.

 

 

 

눈 오는 밤이면

사촌형들 따라다니며

국민 학교 향나무에서

참새도 잡고

이웃집 몰래 들러

씨암탉, 토끼 잡아먹고

“빌어먹을 놈들”

한 마디 말로 탕감되고

 

 

 

재미있다고 또 닭서리 하던

친구들

정말 빌어먹었어요.

 

 

                 200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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