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에 취해 보자
시에 취해 보자
운산/최의상
대학병원과 연화장이 주위에 있어 구급차 경적소리와 장송차량행렬을 자주 듣고 본다. 발인을 마친 영구차는 아침 출근차량과 동행할 때 어느 아침에는 조문객으로 차량 뒤를 따르는 것 같고 어느 아침에는 세단영구차를 캄보이하는 차량 같다.
죽은 사람 인적사항도 모르지만 죽음 앞에서는 의금을 정제하는 마음이다. 세단 영구차의 엇갈린 리본을 보며 상조라도 들어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발동한다.
백밀러로 뒤 장송행렬차를 엿보며 백밀러에 비친 내 얼굴도 엿본다. 슬픔인지, 쓸슬함인지, 덤덤한 것인지 철학자의 얼굴 같기도 하고 신앙인의 얼굴 같기도 하다.
삼거리에서 산자들은 직진을 하고 죽은자를 모신 세단영구차는 좌회전하여 연화장으로 달린다. 답답하던 마음에 자유가 오고 초가을의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죽음에 취한 저 행렬이 사라진 지금 어느 시인처럼 내 뜻대로 취하고 싶다.** 시간에 구박받는 노예에서 벗어나기 위해 ** 재능도 없지만 시에라도 취해 보자. 살았다는 증거로 시에 취해 보자.
2011년 9월 21일 아침 어느 장송행렬과 동행하며
** 보들레르의 <악의 꽃>시집중 -취하라-의 내용을 일부 인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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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라벌문예원
글쓴이 : 운산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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