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통, 절대적 고통
최의상
백옥같이 하얗고 잘 생기고 튼튼한 이를 오복 중에 하나라고 한다. 특히 늙은 사람들에게는 가장 부러운 것이 어느
음식이라도 버적버적 씹어댈 수 있는 튼튼한 이를 가진 사람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찬물이나 뜨거운 음식이 이에
닿으면 기절할 정도로 이가 시리고 아프거나 조금 딱딱한 음식이 닿으면 깜짝 놀라 입을 딱 벌리게 하는 들뜬 이의
고통은 참기 어렵다. 음식을 보고도 저 음식을 어떻게 먹을까 하는 고통을 수반하는 고민이 생긴다. 이 고통을 해결
하는 방법은 치과에 가서 치석을 크리닝하거나 발치를 하고 거의 일년 가까이 걸리는 임플란트시술을 하는 것이다.
아내는 이가 아프다고 치과에 간 후 사진을 촬영하고 진단한 결과 치근이 썩어 발치를 하고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고. 임플란트 시공은 3개를 해야 하는데 보험처리로 2개만 할 수 있다며 1개당 60만원이고 보험처리가 안
되는 1개는 120만원으로 도합 치료비는 가장 싸게 270만 원 정도 라고 하여 딸이 보태주어 시공한 것이 7개월 이상 걸
렸다. 왼쪽을 시공한 후 오른쪽이 또 아프다고 한다. 치과에 가서 전자와 같은 과정을 밟아 임플란트 2개를 치료비까지
170여 만 원을 지출하였다. 일년 이상을 치과에 같이 다니며 톱니바퀴의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아프다는 비명 소리를
들으며 같이 고통을 감내하였다. 통증에는 즐길 수 있는 통증과 즐길 수 없는 통증이 있다고 한다. 감기 같이 아픈 병은
위로 받고 맛있는 것 먹으며 즐기다 보면 완치되지만 치통은 위로한다고 잊을 수도 없고 반감시킬 수도 없으며 더구나
즐길 여지가 없는 고통이다. 치통을 당해 본 사람들만 아는 외롭고도 고통스러운 병이다.
치과에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물론 진통제 리도카인 주사액을 잇몸에 대여섯 번 찔러 마취를 하여 입술과 볼이
퉁퉁 분 것 같고 남의 살 같은 무감각 상태로 되지만 톱니바퀴의 드릴로 드르륵 갈 때 척추를 갉아내듯 몸서리쳐지는
순간과 뾰족한 송곳 갈고리로 쑤시고 파헤칠 때 온 몸이 부르르 떨리고 옴찔옴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치과 의사나
간호사들이 조금 더 친절하게 살살 부드럽게 천천히 마사지 하듯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원망을 속으로 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은 내 생각이지 의학적으로는 치료자들의 생각이 옳다고 본다. 나도 위생병출신이다. 최전방에서 지뢰 설치 작업을
하거나 부상을 당하여 의무대로 후송되어 온 환자를 치료할 때 살살, 천천히, 부드럽게가 통하지 않는다. 상처를 최대한
빨리 처치하려면 환자 사정을 봐 줄 수 없다. 환자가 아프다고 하면 ‘젊은 놈이 참지 못하고 아프다고 한다.’ 고 오히려
윽박지르고 사정없이 치료하고 봉합하는 때가 많다. 무식하게 말하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고 하는 식이다. 어찌하건
치통은 치과에 일찍 갈수록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며칠 전부터 아래 왼쪽 끝과 아래 오른쪽 금으로 씌운 이가 시리고 눌리고 아프다. 음식 먹기가 무섭다. 치과에 갈 생각
을 하자 몸서리부터 처지기 시작한다.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예수 믿는 자로 순교의 기로에 서 있을 때 그 순교를
받아들일 용기가 있는가. 자신에게 묻는다. 대답을 주저한다. 고통을 참는다는 것 보다 고통을 당하기 직전의 고통을 이
겨낼 자신이 있는가에 의문을 갖는다. 6.25 전쟁 때 인민군이 믿는 사람을 세워 놓고 땅에 예수님 사진을 놓으며 이 사진
을 밟고 가는 사람과 피하여 가는 사람의 무리로 나눈 후 예수님 사진을 밟고 간 사람들은 전부 살려 주고 피하여 간 사람
들은 모두 총살하여 순교를 당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기로에서 나는 예수님 사진을 밟지 않을 용기 즉 순교할 용기
가 있는가. 스스로 묻는다. 치통의 고역 속에서도 치과에 가서 그 고통을 당할 생각을 하면 선듯 치과의 문을 열지 못하는
나약함이 있다. 그러나 큰 결심을 하고 치과의 문을 열고 들어가 집광 불빛 아래 누워 마취주사를 맞고 마취될 기간을
기다리는 이 시간이 무척 긴장된다. 입술과 볼이 퉁퉁 분 느낌이 되자 톱니바퀴의 드릴이 드르륵소리를 내며 우벼 파
헤치는데 온 몸이 쫄아 들고 순간순간 신경을 텃치 하여 몸을 움찔하며 ‘윽’소리를 냈다. 짧은 시간인데 나에게는 천국과
지옥을 다녀온 듯한 시간이다. 다 끝났다고 하여 일어나자 젊은 의사는 ‘아버님 얼굴이 창백하십니다.’ ‘어디 아프세요’
한다. 아픈데 없으나 혼났다고 하자 ‘겁이 많으신 모양입니다’하며 간호사와 의사가 웃는다.
지금은 통증이 없어 식사를 잘 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까지 치과에 가서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지금도 치통으로 고생할
것이다. 절대적 고통을 면하는 일은 하루라도 빨리 치료하는 것이 고통을 면하는 것이다. 치과를 선전하거나 임플란트를
광고하는 것도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일이 다 그렇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 방법을 찾아 처방해야 오랜 고통을
당하지 않는다. 절대적 고통일수록 즉시 처리하여야 한다 <2017년4월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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