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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의 눈길-엄한정-

운산 최의상 2017. 2. 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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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스무 살의 눈길
기사입력 2015-09-25 오전 9:56:00 | 최종수정 2015-09-25 오전 9:56:51

스무 살의 눈길

엄한정

스무 살 병아리 선생이 임지로 가는 길에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들판에서 자라서 산골 학교로 가는 길은

말 그대로 꿈이었다

인생의 초록빛 시절이

눈 위의 새 발자국처럼 남아 있다

눈이 내려 가다리기 좋은 밤

집에 있을까

눈길을 걷고 있을까

하늘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눈이 내리는데 달은 어찌 밝을까

그대 풍금 반주에

나는 트로이메라이를 불렀다

하숙집 마당에 눈이 쌓이며

우물가 향나무에서 눈이 푸석푸석 떨어진다

그대 발자국 소리에 미닫이를 연다

도난당하기엔 아까운 스무 살의 눈길

낙엽에 묵은 엽서를 읽는다.

- 시집 「풍경을 흔드는 바람」에서, 엄기원 선정 -



<엄한정 프로필>

· 1936년 인천 출생

· 1963년 《아동문학》《현대문학》으로 등단

· 시집 「낮은 자리」「풀이 되어 산다는 것」「머슴새」「꽃잎에 섬이 가리운다」외

· 국민훈장석류장, 한국현대시인상 본상, 성균문학상 본상, 일붕문학상, 한국농민문학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 감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한국농민문학상 회장

· 교직 40년 경력

기사제공 : 주간교육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