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보름 세듯
시인/최의상
오늘이 대보름날이다.
안 먹어도 배부른 날이다.
먹을 것이 너무 많아
개에게 주던 밥도 안 준다.
개는 빌어먹어도 배부를 때가 있었다.
아파트가 개 보름 세듯 한다.
풍성하게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
어느 사람들은 개 보름 세듯
보름을 세고 만다.
희망도, 소원도 없이
대보름달은 구름 속에서 흘러간다.
대보름달도 개 보름 세듯 지나간다.
어떤 사람들도 아파트에서
개 보름 세듯 보이지 않는 달을 본다.
세상이 개 보름 세듯 건조하다.
2016년2월22일 대보름날
밝은 대보름달을 볼 수 없다고 기상대에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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