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을 지울 때
운산 최의상
지우개도 없어
검지 끝에 침 발라
지우고, 지우고
아까운 누런 공책은
구멍이 공허했다.
구름이 흘러간 지금
지우개로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원죄
백지 위 화이트 크리너
흔적은 원죄의 설명서
뒤로 멀어진 법선(法線) 앞길
정오, 무풍지대는 고요한 호수
호수에 수파(水波) 불흥(不興)하도록
지우고, 지우는 기도의 눈물이
흔적을 조금씩 지워줄 때
여명은
순간을 위해
어두울 뿐
이미
태양은 솟아오르고 있다.
20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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