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흔적을 지울 때

운산 최의상 2016. 3. 2. 09:44




       흔적을 지울 때

                                    운산 최의상




지우개도 없어

검지 끝에 침 발라

지우고, 지우고

아까운 누런 공책은

구멍이 공허했다.



구름이 흘러간 지금

지우개로 지워도,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원죄

백지 위 화이트 크리너

흔적은 원죄의 설명서



뒤로 멀어진 법선(法線) 앞길

정오, 무풍지대는 고요한 호수

호수에 수파(水波) 불흥(不興)하도록

지우고, 지우는 기도의 눈물이

흔적을 조금씩 지워줄 때



여명은

순간을 위해

어두울 뿐

이미

태양은 솟아오르고 있다.

               


                          20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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