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설

o.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 (전문 옮겨 씀)

운산 최의상 2015. 12. 15. 14:07

 

 

 

 

 

 

                              크리스마스 선물 (전문)

                                                                                       O. 헨리 著 이우성 譯

 

 

 

 

일 달러 팔십칠 센트. 그것이 전부다.

그 중 육십 센트는 일 센트짜리 동전들이다.

동전은 식료품가게 주인이나 채소장사나 푸줏간 주인과 수치심 때문에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인색하게 값을 깍아서 한푼 두푼씩 모은 것이다.

델라는 그것을 세 번이나 세어 보았다. 일딸라 팔십칠 센트.

그리고 내일이 바로 크리스마스다.

델라는 낡아빠진 헌 침대에 털썩 주저앉아 흐느끼는 수 밖에 없었다.

인생은 흐느껴 울며, 훌쩍거리며, 웃으며 사는 것인데, 훌쩍거릴 때가 더 많다고 느껴졌다.

가구가 붙은 주 팔달라의 아파트다. 그것은 정확히 말해서 거지생활은 아니지만 [걸식자 수용소]라는 간판이 붙을 수 있는 정도의 것이다.

 

 

현관 아래에는 편지가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는 편지함이 있고,

눌러도 소리나지 않는 초인종이 있다. 거기에는 또한 [제임스. 딜링햄. 영]이라고 쓰인 문패가 걸려 있다. 그 집주인이 주급 삼십 달러를 받는 경기가 좋았을 때는 그 딜링햄은 미풍에 흔들리곤 했다. 그러나 수입이 이십 달러로 된 지금 [딜링햄]이라는 글자도 D자 하나만으로 겸손하고 주제넘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이 흐려보였다. 그러나 [제임스.딜링햄.영]씨가 집에 도착하면 윗층의 방에서 벌써 [델라]라고 소개된 [제임스. 딜링햄. 영]부인이 [짐]이라고 소리치고 꼭 안아준다. 그것은 정말 기분좋은 일이다.

 

 

[델라]는 울음을 그치고 화장을 고쳤다. 그녀는 창가에 서서 어두컴컴한 뒤 뜰에서 담 쪽으로 기어가는 회색 고양이를 멍청히 바라보았다. 내일이 크리스마스인데 [짐]에게 선물을 사 줄 돈은 겨우 일 달러 팔십 칠 센트뿐이다. 그녀는 몇 달 동안 저축할 수 있는 돈은 모두 저축했으나 결과는 고작 일 달러 팔십 칠 센트뿐이다. 수입은 주 이십 달러 이상 오르지않았고, 지출은 그녀가 계산했던 것보다 항상 많았다. 그녀는 겨우 일 달러 팔십 칠 센트로 자기의 남편인 [짐]에게 선물을 사주어야했다. 그녀는 [짐]에게 사 줄 멋진 선물을 생각하며 행복한 몇 시간을 보냈다. 어떤 것은 멋진 것이고, 어떤 것은 귀한 것이고, 어떤 것은 시시한 것이고, 어떤 것은 [짐]이 소유한다면 영광스러운 것이었다.

 

 

주 팔 달러의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울이 창문 사이의 벽에 걸려 있다. 야위고 민첩한 사람은 재빨리 위 아래로 흝어 봄으로 해서 자신의 전신상을 볼 수가 있다. [델라]는 날씬해서 그와 같은 기술을 빨리 터득했다. 그녀는 갑자기 창가에서 몸을 돌려 거울 앞에 섰다. 그녀의 눈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으나 얼굴은 이십 초도 안 되어서 혈색을 잃었다.

 

 

그녀는 빨리 머리를 헝크려 내려뜨렸다.

[제임스. 딜링햄. 영]부부가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두 개의 물건이 있다. 그 하나는 아버지 대(代)부터 물려 내려 온 [짐]의 금시계요, 다른 하나는 [델라]의 머리였다. 만약 [시바여왕](시바의 여왕은 사치가 심해 모든 보뭉을 갖고 있으나 머리가 아름답지 모하였다고 전해진다)이 건너편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말리려고 창밖으로 흘러내린 [델라]의 머리를 보고 부러워했을 것이다. [솔로몬]왕이 모든 보물을 지하실에 쌓아 두고 있는 수위라면 그가 지나갈 때마다 꺼내 보는 [짐]의 시계를 보고는 부러워서 턱수염을 쥐어뜯었을 것이다.

 

 

[델라의 머리는 갈색의 작은 폭포와 같이 반짝이며 잔물결 치듯이 그녀의 몸에 흩어졌다.머리는 무릎밑까지 흘러내렸고 마치 긴 옷같았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빨리 그리고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헝크려 내려뜨렸다. 그녀가 잠시 동안 멈추고 서 있을 때, 눈물이 한 두방울 낡은 붉은 카페트에 떨어졌더. 갈색의 낡은 자켓을 입고, 갈색의 낡은 모자를 쓰고서,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반짝이는 채로 스카트 자락을 날리며 그녀는 급히 거리로 뛰어나갔다.

그녀는 [마담 소프로니 두발류 일체]라는 간판이 있는 곳에서 멈췄다. 단숨에 뛰어 들어 가서 숨을 헐떡거리며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켰다. 주인 여자는 몸집이 크고 희고 쌀쌀하게 생겨서 [소프로니]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제 머리를 사시겠습니까?> [델라]는 물었다.

<예, 삽니다. 모자를 벗고 한번 봅시다.>라고 주인여자는 말했다.

[데라]의 머리는 갈색의 작은 폭포처럼 물결쳤다.

<이십 달러 드리죠.> 주인여자는 능숙한 솜씨로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빨리 주세요> [델라]는 말했다.

 

 

그로부터 두 시간은 아주 빨리 지나갔다. 그녀는 [짐}에게 선물을 사려고 가게들을 샅샅히 뒤졌다.

그녀는 마침내 집에서 알맞은 선물을 찾아냈다. 그것은 다른 사람 아닌 바로 [짐]을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모든 가게를 다 찾아보았으나 그와 같은 것은 어느 가게에서도 없었다. 그것은 디자인이 수수하고 간소한 백금 시계줄이었다. 그것응 마치 모든 좋은 물건이 그렇듯이, 조잡한 장식이 아니라 물건의 내용물로서 물건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정말 [짐]의 시계에 맞는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보자마자 그것은 [짐]의 것이라고 알았다. 그것은 [짐]과 흡사했다. 침착과 가치---[짐]과 시계에 어울리는 말들이다. 그녀는 그것을 이십일 달러에 사고 나머지 팔십칠 센트를 가지고 급히 집으로 향했다. [짐]은 그 시계줄이 달린 시계를 차고서 자기 친구들에게 시간을 가르쳐 주고 싶어 할 것이다. 그 시계는 매우 훌륭했지만, 시계줄 대신 낡은 가죽끈 때문에 [짐]은 가끔 시계를 숨겨서 몰래 보곤 했다.

 

 

[델라]는 집에 도착하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이성을 찾아 신중히 생각했다. 파마기를 꺼내서 사랑하기 때문에 생긴 상처를 고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항상 거대한 과업이고 다정한 친구이며 맘모스 과업이었다. 사십 분도 안돼서 그녀의 머리는 작고 짧은 곱슬머리가 되어 개구쟁이 학생같이 보였다. 그녀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오랫동안 주의 깊게 자세히 보았다.

 

 

<만약 [짐]이나를 두 번 보기 전에 죽이지 않는다면 그는 [코니 아일랜드 합창단]의 소녀같이 보인다고 말하겠지. 그렇지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었단 말이냐? 오 ! 겨우 일 달러팔십칠 센트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일곱시에 커피가 준비됐고, 후라이 판을 뜨거워진 스토브에 올려져 요리할 준비가 다 되어 있었다.

 

 

[짐]은 늦은 적이 없다. [델라]는 시계줄을 두겹으로 접어서 [짐]이 항상 들어오는 문에서 가까이 있는 테이불의 구석에 놓았다. 그 때 그녀는 저 아래 계단에서 올라 오는 [짐]의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잠시 동안 창백해졌다. 그녀는 일상의 작은 일에도 잠시동안 기도하는 습관이 있었다. 지금 그녀는 <주님! 그가 나를 아직도 예쁘다고 생각하게 해주옵소서.> 그녀는 열심히 기도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짐]이 들어와 문을 닫았다. 그는 수척해지고 매우 심각해 보였다. 가엾은 친구, 그는 겨우 스물 두 살이었고 가족부양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그는 새 오우버코트가 필요했고 장갑도 역시 필요했다.

[짐]은 문안으로 들어와서 메추라기의 냄새를 맡은 사냥개모양 움직이질 않했다. 그의 눈은 [델라]를 빤히 쳐다보았으며, 그의 표정은 그녀가 알 수 없는 그리고 겁에 질리게하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화냄도, 놀람도, 실망도, 공포도 아닌 그녀가 생각했던 어느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다만 이상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델라]는 테이블을 비켜서 그에게로 다가갔다.

<여보 짐 그런 눈으로 나를 보지마세요.> 그녀는 외쳤다.

<당신에게 선물을 하지않고는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없어서 머리를 잘라 팔았어요. 머리는 다시 자랄거예요. 괜찮죠? 나는 머리를 잘라 팔아야만 했어요. 내 머리는 굉장히 빨리 자라요.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말해 주세요. 짐, 그리고 명랑해지십시다. 여보, 당신은 모를거예요. 내가 얼마나 아름답고 멋진 선물을 샀는가를.>

<당신의 머리를 잘랐다고?>그는 힘들은 정신노동 후에도 그런 상태까지는 경험해보지 않은 것처럼 가까스로 말했다.

<잘라서 팔았어요. 어찌되었든 당신은 나를 좋아하시죠? 머리가 없더라도 나는 나죠. 그렇죠?>라고 그녀는 말했다.

 

 

[짐]은 방을 호기심에 찬 눈으로 둘러보았다.

<당신은 당신의 머리를 잘랐다고 말했지?> 그는 거의 바보스럽게 물었다.

<당신은 그것을 찾을 필요가 없어요. 잘라서 팔았다고 말씀 드렸잖아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예요. 여보, 그것은 당신을 위해서 한 짓이니 용서해주세요. 내 머리카락 수는 셀 수 있을지라도 당신에게 향한 나의 사랑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거예요.> 그녀는 심각하게 그러나 다정스럽게 말했다.

<여보 식사를 준비할까요?>

[짐]은 갑자기 꿈에서 깨어난것 같았다. 그는 [델라]를 껴안았다. 십 초 동안 눈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 생각해보기로 하자. 일 주일에 팔 달러와 일 년에 백만 달러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수학가난 재치있는 사람은 여러분에게 틀린 답을 말할 것이다. 동방박사는 세가지 값진 선물을 가지고 왔으나 그 선물 중에도 답은 없었다. 이 알기 어려운 주장은 조금 후에 설명될 것이다.

 

 

[짐]은 오우버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꾸러미를 꺼내 테이블에 놓았다.

<[델라] 나를 오해하지 마라. 나는 내가 샴푸나 면도나 머리 모양 때문에 당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나 그 꾸러미를 풀어 본다면 너는 내가 처음에 왜 그렇게 멍청했는 가를 알게 될게다.> 라고 그는 말했다.

희고 날렵한 손가락이 꾸러미의 끈과 종이를 풀었다. 환희와 기쁨의 환성이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고, 곧 여성 특유의 신경질적인 눈물과 외침으로 변했다. 그것은 [델라]를 진정시키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었다.

 

 

거기에 빗이 있었다. 한 세트의 빗 -머리의 옆과 뒤에 꽂을 수 있는- [델라]가 오랫 동안 브로드웨이의 상점 진열장에 있는 갖기를 원했든 빗이 거기 있었다. 아름답고 거북조개로 되어 있고 보석으로 테를 두른 아름답고 윤이 나는 머리에 어울리는 빗이었다. 그녀는 그 빗들이 비싸다는 것을 안다. 그녀는 자기가 그것을 소유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고 다만 갖고 싶어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빗들은 그녀의 것이 되었으나, 빗을 꽂을 머리가 없어졌다. 그녀는 빗을 가슴에 껴안았다. 그녀는 눈물로 흐릿해진 눈으로 미소를 머금고

<짐, 내 머리에는 광장히 빨리 자라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불에 덴 고양이모양 펄쩍 뛰면서 <오!>하고 기쁨의 환성을 울렸다.

 

 

[짐]은 아직도 그의 아름다운 선물을 보지못하였다. 그녀는 선물을 정성스럽게 [짐]에게 건네 주었다. 값지나 둔한 금속이 그녀의 밝고 강렬하고 아름다운 마음씨의 반사로 빛나는 것같았다.

<멋있죠, 여보. 그것을 사려고 온 시가지를 헤맸어요. 이제 당신은 하루에 백번씩 시계를 봐도 되요. 당신 시계를 이리 주세요. 시계줄이 시계와 어울리나를 보고싶어요.>

[짐]은 시계를 건네주는 대신 침대에 주저 앉아 손을 머리 뒤로 하고 미소지었다.

<델라, 우리 크리스마스 선물을 잠시 치워 둡시다. 선물이 너무 훌륭해서 당장 사용하기에는 아깝구려. 당신에게 선물 할 돈을 마련하느라 시계를 팔았오. 이제 당신은 식사 준비나 하는게 좋겠오. >

 

 

 

여러분이 알다시피 동방박사는 현명한 사람이었다. 구유의 어린 예수에게 선물을 가져 온 아주 현명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교환하는 풍습을 창조해냈다. 그들은 현명했으므로 선물도 의심할 여지도 없이 훌륭한 것이었을 것이다. 그것은 중복되면 다시 바꿀 수 있는 특권을 가졌다. (미국에는 선물 받은 것을 또 받으면 백화점에 가서 다른 물건과 바꿀 수 있다 함. 그래서 사람들은 선물을 될 수 있는 대로 좋은 것을 한다 함) 여기서 나는 그들의 가장 귀한 보물은 서로를 위해 가장 어리석게 희생시킨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재미없게 얘기 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선물을 주고 받는 사람 중 이들 두 사람이 가장 현명했다고 말해 둡시다. 그들은 어디에서나 동방박사와 같이 현명한 사람들이었다.

 

 

 

 

 

[옮겨 쓰며] (최의상)

1. 이 작품은 1972년9월1일 인쇄되고 9월5일 발행한 오 헨리 저 인우성 번역으로 [마지막 잎새]의 단편집

   (왕문사) 중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옮겨본 것이다.

2. 번역에 매끈한 맛은 없으나 선머슴같은 단순하면서도 솔직한 감정 이입이 있다 고 생각되어 참고 읽어주기

   바란다.

3. 띄어쓰기도 그대로 하였으나 컴퓨터가 정정해주는 것은 그대로 두었다.

4. 읽기 지루하지 않게 하기 위해 장면에 따라 행간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