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수(哀愁)<WaterLoo Bridge>를 보며-3
시인 최의상
오늘 아침 창밖에 비가 오는 것이 보였다. 비가 오면 차분해 지며 한가한 마음으로 편해진다.
지난날 비디오 카메라로 여행지와 각종 행사를 촬영해 둔 것과 영화를 녹화해 둔 테이프가 많이 있다.
그 테이프를 재생하기 위하여 비디오도 2대 준비해 두고 있어 항시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도록
장치되어 있다. 굴러 들어 온 빔 프로젝트도 있어 내 방은 안방극장이 되기도 한다.
오랫만에 단비가 오고 이 아침 여유시간이 있다는 생각을 하자 비비안 리와 로버트 테일러가
우산을 뒤로 하고 비를 맞으며 키스하는 장면이 떠올라 <애수>를 찾아 보기로 하였다.
영화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제1차대전
워털루 다리 위를 산책하던 25살의 젊은 대위 로이 크로닌은 때마침 공습 경보로 지나가던 사람들과 함께 지하 철도로 피신한다. 그는 프랑스 전선에서 휴가를 받고 나와 있다가 내일로 다가온 부대 귀환을 앞두고 거리를 거닐고 있던 중이었다. 그때 그는 핸드백을 떨어뜨려 쩔쩔매고 있는 한 처녀를 도와주고 함께 대피한다.
혼잡한 대피소 안에서 그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그녀는 올림픽 극장에서 공연중인 올가 키로봐 발레단의 무희였다.
그날 밤 극장 무대에서 춤을 추고 있던 마이러는 객석에서 로이를 발견하고 놀란다.
로이는 사람을 통해서 마이러에게 쪽지를 전한다.
친구 키티의 도움으로 둘은 몰래 만날 수 있게 되고 그곳에서 싹트기 시작한 그들의 사랑은 다음날 로이의 청혼으로 이어지나 참전을 앞둔 로이의 스케즐이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체 전쟁터로 떠난다.
마이라는 전쟁터로 떠나는 로이를 마중하러 워터루 브릿지역으로 나가고 그로 인해 발레단에서 쫓겨나게 된다.
마이라는 로이 어머니를 만나러 나간 장소에서 우연히 전사자 명단에 들어있는 로이 이름을 발견하고 미칠듯한 절망감에 휩싸인다.
상심한 마이라는 직업을 구하지 못해 거리의 여자로 전략하고 만다.
어느날 워터루역에 나갔던 마이라는 로이를 귀국하는 군인들 사이에서 발견하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하며 기다렸던 그에 대한 사랑을 지키지 못한 후회와 죄책감으로 행복해야 할 둘의 사랑은 어이없이 무너지고 두 사람이 만났던 안개 낀 워터루 브릿지에서 가엾은 마이라의 자살로 막을 내리게 되는 비극적 결말의 영화이다.]
젊었을 때 보던 감동의 느낌은 줄어들었으나 비극적인 멜로드라마이지만 명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인상 깊은 장면은 우산도 뒤로 젖히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열렬하게 키스하는 모습이다.
모든 사람들도 이 장면을 명장면이라고들 한다.
오늘 아침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연상된 장면이 <애수>의 비 맞으며 키스하는 장면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가믐까지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고 하는 판국에 비가 며칠간 온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가 오니 비를 기다리든 사람들은 분명 비를 맞으며 일에 열중할 것이다.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에게 비 맞는 것에 신경쓸 수 없다. 서로 불타는 듯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 만났는데
서로 사랑을 확인 하는 것이 중요하지 비가 오니 비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비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연인들이라면 그 연인들에게는 사랑이 식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를 기다리던 대한민국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하였으나 비가 쏟아지니
비맞는 것을 걱정할 시간이 없다. 해야 할 일에 온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양극화 하여 이념전쟁으로 서로가 나쁘다고 하고 서로가 잘랐다고 하는 지금 비가 쏟아지고 있다
<애수>의 뜨거운 저 사랑처럼 얼싸안고 이 비를 맞으며 하나의 길로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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