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고개
엄한정
黃土 보리골에 김매는
시아버님 하신 말이
얘야 세상에 고개가 하도 한데
험준하기 바이 없고
그 중 넘기 어려운 고개가 어디 있나.
흙빛 배인 수건 속 주름잽힌 얼굴에
숭글 땀방울이 아롱져
할말 없으니
한참 피이려던 함박 얼굴이
보리고개인가 하와요
오늘도 또 하루 불볕 아래 살고
달무리 육십년 점쳐 살고
어제와 오늘에 겹친 온 생명을
한덩이 흙과 바꾸어
밭두덕 그늘섶엔 옹기동이에 찰랑한 냉수가 비었다.
동동酒 담겄더란 옹기동이에
보리고개인가 하와요
울려서 울린다
며느리 산너머 본다
강건너 구름에 어린 눈길은
매듭 맺힌 올이 올실
1960.10.21
서라벌예대 문창과 시작법 시간에
흑판에 쓴 엄한정 시를 내가 필사하여
둔 것이 우연히 발견되어 필사본 그대로
옮겨 보았음. 어디선가 멈한정씨 이 글 보면
연락주오. 55년의 세월이 흘렀네요.
010-9291-7583 최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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