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취(文趣)도 시인(詩人)인가
최의상
시인이란 이름에는 수준급의 시작품을 창작하고, 존경을 받으며 전문 의식을 갖고 순수 문학작품을 추구하는 한 분야의 독보적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어느 날 명함을 만들며 시인이란 이름을 넣으면서 쑥스러워 하였다. 일간지나 전문 문학지에 시 한편 발표된 적 없고 시집 한 권 내지 못하였다. 동인지의 등단으로 시인이라는 이름을 넣어 명함을 만들었으나 ‘나 이런 사람이요’ 라고 내밀기가 부담이 되었다.
시인이란 인증서를 받았으나 나 자신의 취미생활에 불과한 문취(文趣)라 하겠다. 문취라 하면 문학을 취미로 하는 부류일 것이다. 문학카페나 동인지를 통하여 문학을 취미로 활동하는 문인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문인을 보면 문선(文仙), 문사(文士), 문치(文稚), 문충(文虫), 문적(文賊), 문간(文奸), 문노(文奴), 문기(文妓)가 있다고 김규련 수필집 [素木의 횡설수설]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위 8문들은 최소한 작가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문인들이다. 이 8문에도 들지 못하는 문취(文趣)의 생활을 하는 시인이어서 명함을 돌리기가 어색하게 생각된다.
8문을 해설하면 문선은 문장과 인품이 원숙하고 수준급의 문학작품을 계속 창작하여 자기 분야에서 높은 업적을 쌓아 명망이 있어 존경 받는 분은 문선으로 대접 받아야 한다.
문사는 문학정신이 올곧은 전문성을 갖고 귀한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문인일 것이며,
문치는 잡문 나부랭이 같은 글을 자주 써서 신문, 잡지에 발표하기를 좋아하고 스스로 문단 대가인양 문학 망상증에 걸린 환자들이 있고,
문충은 글자 그대로 글을 파먹는 좀벌레처럼 장사꾼 같이 모방 잘하고 표절도 잘하며 대량생산하여 친구나 이웃에 강매하는 무리들이라 하고,
문적은 목적달성을 위해 문학을 도구로 삼는 부류로 요즈음 국회의원들의 출판기념회가 이에 속할 것이다.
문노는 요즈음 말로 갑질하는 사람의 자서전이나 문집을 써 주거나 손봐주고 돈 받는 글 재주꾼들도 있고,
문기는 글 기생이라 할까요. 공술 얻어먹고 비위 맞추며 아름다운 글로 아부 과찬의 글만 쓰는 사람도 있다.
문취도 시인이라고 말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문취라면 문학을 취미로 하는 사람으로 아마츄어에 속하는 것이다. 아마츄어가 아무리 전문성이 있다 하여도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아마츄어에 머물게 된다. 그러나 전문성을 인정받아 시인이라는 이름을 획득하였으면 시인으로 대접 받을 창작품이 발표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아마츄어 시인에 머물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재능의 한계의 바닥을 보게 된다. 노력이 필요하다지만 재능이 밑받침해 주지 못하면 즉 끼가 발동하지 못하면 좋은 작품은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불 꺼진 창에 촛불을 밝히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오늘 참으로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푸른 꿈의 청사진을 그려 본다. (2014.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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