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문학평론

[스크랩] 임어당(林語當)의 비에 대하여

운산 최의상 2014. 8. 21. 13:05

 

 

 

                             임어당(林語當)의 비에 대하여

                                                                                                  최의상

 

 

비에 대하여 임어당(林語當)의 재치 있는 표현을 살펴 보자

 

 

"비라는 물건은, 해를 짧게 밤을 길게 생각케 하는 물건이다.

봄비는 영전(榮典>을 수여(授與)하는 칙서(勅書)같고

여름 비는 기결수(旣決囚)에 내리는 사면장(赦免狀) 같고

가을 비는 만가(挽歌) 같다."

 

 

공무원의 느낌과 죄인들의 느낌과 인생의 죽음의 느낌을 표현하는 한 편

 

 

"봄비는 독서(讀書)에 좋고,

여름비는 장기(將棋)에 좋고,

가을비는 가방이나 지붕 밑 누상방(樓上房) 안을 뒤지는데 좋고,

겨울비는 술마시는데 좋다.

 

 

분위기에 따라 해야 할 목적 설정에 동감할 수 있다.

 

 

다음은 우신(雨神)에게 생활에 필요할 때 내려 주기를 바라는 기원이다.

 

봄비는 정월 보름 뒤 [등절(燈節)이 마친 뒤]에 내리고

청명절(淸明節)[3월3일 그때 쯤 복숭아꽃이 피기 시작한다]의 10일 전까지 계속하여 내리고,

모내기 때 [곡우 (穀雨)]에도 내리도록 해 주십시오.

여름비는 매 달 첫 열흘과 끝 열흘에 내리도록 해 주시오

팔월 중추(仲秋)에는 중추만월(仲秋滿月)을 즐기기 때문에 하루라도 비를 안내리도록 하고,

겨울의 석달은 비는 한 방울도 일없습니다.

 

 

비 오는 날은  내가 살고 있는 환경에 따라 빗소리의 느낌이 다를 것이며 비가 떨어지는 곳에 따라 우리의 느낌은 다를 것이다. 함석지붕, 초가집, 스레트지붕의 가난한 소리나 기와집, 슬라브 콘크리트, 아파트지붕의 소리 없는 둔탁한 소리나 파초잎, 오동잎, 낙엽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출처 : 서라벌문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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