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좋은 시(詩)

[스크랩] [김수영] 푸른 하늘을 외 1편-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외 1편 - [신경림] 4월 19일, 시골에 와서 외 1편

운산 최의상 2013. 9. 15. 16:35

 

 

<▲삼각산(북한산) 자락에 조성되어 있는 국립4˙19민주묘역의 「4월학생혁명기념탑」>

 

 

 

푸른 하늘을


김수영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거대한 뿌리』. 민음사. 1974 :『김수영 전집』. 민음사. 1981)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김수영은 1921년 서울에서 출생하고 1968년에 별세했다. 1945년 [예술부락]지에

시 '묘정의 모래'를 발표 시단에 등단. 1950, 60년 대를 통하여 참여시의 기치를 높

이 들어 문단에 일대 각성을 일깨웠다. [김수영전집] 2권이 1982년에 간행되었으며, 1

960년 6월15일에 지은 이 시는 이 전집에 수록되어 있다.


 

 

기도
- 4.19 순국학도 위령제에 붙이는 노래


김수영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꺾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죽은 옛 연인을 찾는 마음으로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물이 흘러가는 달이 솟아나는
평범한 대자연의 법칙을 본받아
어리석을 만치 소박하게 성취한
우리들의 혁명을
배암에게 쇄기에게 쥐에게 삵괭이에게
진드기에게 악어에게 표범에게 승냥이에게
늑대에게 고슴도치에게 여우에게 수리에게 빈대에게
다치지 않고 깎이지 않고 물리지 않고 더럽히지 않게


그러나 장글보다도 더 험하고
소용돌이보다도 더 어지럽고 해저보다도 더 깊게
아직까지도 부패와 부정과 살인자와 강도가 남아 있는 사회
이 심연이나 사막이나 산악보다도
더 어려운 사회를 넘어서


이번에는 우리가 배암이 되고 쇄기가 되더라도
이번에는 우리가 쥐가 되고 삵괭이가 되고 진드기가 되더라도
이번에는 우리가 악어가 되고 표범이 되고 승냥이가 되고 늑대가 되더라도
이번에는 우리가 고슴도치가 되고 여우가 되고 수리가 되고 빈대가 되더라도
아아 슬프게도 슬프게도 이번에는
우리가 혁명을 성취하는 마지막 날에는
그런 사나운 추잡한 놈이 되고 말더라도


나의 죄 있는 몸의 억천만 개의 털구멍에
죄라는 죄가 사시같이 박히어도
그야 솜털만치도 아프지는 않으려니


시를 쓰는 마음으로
꽃을 꺾는 마음으로
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
죽은 옛 연인을 찾는 마음으로
잃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
우리는 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

 

 


☆1960년 5월18일에 쓰여진 시로, [김수영전집](1982)에 실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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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四月)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中立의)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漢拏)에서 백두(白頭)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52인 시집』. 신구문화사. 1967 : 『신동엽 전집』. 창작과비평사. 1975)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2007)
-『한국 현대시 100년 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87』(조선일보 연재, 2008)

 

 

☆신동엽(1932-1969)은 충남 부여 태생으로,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이야기하는

경기꾼의 大地'가 당선됨으로 등단. 장시 '금강', 시집 [아사녀(1963)] 등을 발표. 간행함으

로서 참여 시의 차원을 민족적 역사의식에로 심화시켰다. 이 시는 1967년 간행된 [현대문학

전집(신구문화사)] [52인 시집]에 실려 있다.

 

  

아사녀(阿斯女)

 

신동엽

 


모질게도 높은 성(城)들
모질게도 악랄한 체찍
모질게도 음흉한 술책으로


죄없는 월급쟁이
가난한 백성
평화한 마을을 뒤보채어 쌓더니


산에서 바다
읍(邑에)서 읍
학원(學園)에서 도시, 도시 넘어 궁궐아래.
봄 딸 왁자히 피어나는
꽃보래
돌팔매


젊은 가슴
물결에 헐려
잔재주 부려쌓던 해 늙은 아귀(餓鬼)들은
그혀 도망쳐 갔구나.


--- 애인의 가슴을 뚫었지?
아니면 조국의 기폭(旗幅)을 쏘았나?
그것도 아니라면, 너의 아들의 학교가는 눈동자 속에 총알을 박아 보았나? ---


죽지 않고 살아 있었구나
우리들의 피는 대지와 함께 숨쉬고
우리들의 눈동자는 강물과 함께 빛나 있었구나.


4월십구일, 그것은 우리들의 조상이 우랄고원에서 풀을 뜯으며 양달진 동남아 하늘

고운 반도에 이주오던 그날부터 삼한으로 백제로 고려로 흐르던 강물, 아름다운 치

맛자락 매듭 고운 흰 허리들의 줄기가 3.1의 하늘로 솟았다가 또 다시 오늘 우리들

의 눈앞에 솟구쳐 오른 아사달 아사녀의 몸부림, 빛나는 앙가슴과 물굽이의 찬란한

반항이었다.


물러가라, 그렇게
쥐구멍을 찾으며
검불처럼 흩어져 역사의 하수구 진창 속으로
흘러가버리렴아, 너는.
오욕된 권세 저주받을 이름 함께.


어느 누가 막을 것인가
태백줄기 고을고을마다 봄이 오면 피어나는
진달래. 개나리. 복사


알제리가 흑인 촌에서
카스피해 바닷가의 촌 아가씨 마을에서
아침 맑은 나라 거리와 거리
광화문 앞마당, 효자동 종점에서
노도(怒濤)처럼 일어난 이 새피 뿜는 불기둥의
항거……
충천하는 자유에의 의지……


길어도 길어도
다함없는 샘물처럼
정의와 울분의 행렬은
억겁(億劫)을 두고 젊음쳐 뒤를 이을지어니


온갖 영광은 햇빛과 함께,
소리치다 쓰러져간 어린 전사(戰士)의
아름다운 손등 위에 퍼부어지어라.

 


-시집『껍데기는 가라』(미래사, 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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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9일, 시골에 와서


신경림

 


밤새워 문짝이 덜컹대고
골목을 축축한 바람이 쓸고 있다.
헐린 담장에 어수선한 두엄더미 위에
살구꽃이 피고 어지럽게
피어서 꺾이고 밟히고
그래도 다시 피는 4월.


나는 남한강 상류 의진 읍내에 와서
통금이 없는 빈 거리를 헤매이며
어느새 잊어버린
그날의 함성을 생각했다.
티끌처럼 쓸리며 살아온 나날
돌처럼 뒹굴며 이어온 세월.


다시 그날의 종소리가 들리리라고
아무도 믿지 않는 밤은 어두웠다.
친구를 생각했다. 찬 돌에 이마를 대고
깊은 잠이 들었을 친구를
그 손톱에 배었을 칫자국을.


4월이 와도 바람은 그냥 차고
살구꽃이 피어도 흐느낌은 더 높은데
축축한 바람은 꽃가지에 와 매달려
친구들의 울음처럼 잉잉댔다.
진달래도 개나리도 피고
꺾이고 밟히고 다시 피는 4월
밤은 좀체 밝아오지 않았다.

 

 

 

-시집『새재』(창작과비평사, 1979)
-시전집『신경림 시전집 1』(창비, 2004)

 

 

 

☆ 신경림은 충주태생으로, 1956년 문학예술지에 새 '갈대' 등으로 이한직의 추천을 받아 등단.

이 시는 [주간시민](1977)에 발표되었다.

 


 

4월 19일
수유리 무덤 속 혼령들의 호소


신경림

 


치워다오
내 목을 짓누르고 있는 이
투박한 구둣발을 치워다오.
풀어다오
내 손발을 꽁꽁 묶고 있는 이
굵은 쇠사슬을 풀어다오.


저승길 구만리
짓눌린 채,
묶인 채로야 어디 가겠느냐.
진달래 피고 무덤가에
개나리가 피어도
볼 수 없는 이 짙은 어둠속을
손발 묶여 목 짓눌린 채로야
어디 가겠느냐.


치워다오
내 머리를 겨누고 있는 이
흉한 총칼을 치워다오.
막아다오
말끝마다 내 이름 들먹이고는
골방에서 숨어 키들대는
저 더러운 웃음을 막아다오.

 

 


-시집『새재』(창작과비평사, 1979)
-시전집『신경림 시전집 1』(창비, 2004)

 

 

 

<국립 4·19민주묘지 제1, 제2, 제3묘역>

 

<▲4·19학생혁명기념탑 뒤 묘역 참배로>

▲ <제 1묘역>
▲ <제 2묘역>
▲ <제 3묘역>

▲<참배로에서/제1묘역>
▲<참배로에서/제2, 제3묘역>

▲ <왼쪽 제1 묘역 문신상과 만장>
▲ <오른쪽 제 2묘역 문신상과 만상>

▲ <제1 묘역 석등>
▲ <제 2묘역 석등>

 

 

 

 

<▲4월학생혁명 기념탑 뒤 제1, 제 2묘역>

▲ <출신지역 전라남도/제1 묘역>
▲ <출식지역 마산시/제 1묘역>
▲ <출식지역 경상북도/제 1묘역>

 

 

 

 

<▲ 제1묘역 저 끝은 제 2묘역>

▲ <제1 묘역>
▲ <제 1묘역>

 

 

 

 

<▲ 제1 묘역 만장과 4월학생혁명기념탑>

▲ <제1 묘역>
▲ <제 1묘역>

▲ <왼쪽 제1 묘역>
▲ <오른쪽 제 2묘역>

▲ <왼쪽 제1 묘역>
▲ <오른쪽 제 2묘역>

 

 

 

 

진달래
4·19날에


이영도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스러져 간
젊은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에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山河).

 

 

 

-시조집<석류>(1968 이호우와 공동시집)

 

 

<국립 4·19민주묘지 4·19의 관련된 시詩가 새겨져 있는 수호예찬의 비>

 

 

 

▲ <다목적 광장에서 왼쪽 계단을 올라가면 수호예찬의 비에 새겨진 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 <「수호예찬의 비」12詩의 제목>

 

 

 

▲ <죽어서 영원히 사는 분들을 위하여 - 박목월朴木月>

 

 

 

▲ <4.19홈페이지서 가져 옴/죽어서 영원히 사는 분들을 위하여 - 박목월朴木月>

▲ <좌측수호예찬의 비에 새겨진 시/진혼곡鎭魂曲 - 구상具常>
▲ <수호예찬의 비에 새겨진 시/빈 의 자 - 정한모鄭漢模>

▲ <4.19홈페이지서 가져 옴//진혼곡鎭魂曲 - 구상具常>
▲ <4.19홈페이지서 가져 옴/빈 의 자 - 정한모鄭漢模>

 

 

 

▲ <수호예찬의 비에 새겨진 시/손님 - 이성부李盛夫>

 

 

 

▲ <4.19홈페이지서 가져 옴/손님 - 이성부李盛夫>

▲ <수호예찬의 비에 새겨진 시/꽃으로 다시 살아 - 유안진柳岸津>
▲ <수호예찬의 비에 새겨진 시/진혼의 노래 - 이한직李漢稷>

▲ <4.19홈페이지서 가져 옴/꽃으로 다시 살아 - 유안진柳岸津>
▲ <4.19홈페이지서 가져 옴/진혼의 노래 - 이한직李漢稷>

 

 

 

▲ <수호예찬의 비에 새겨진 시/소리치는 태양 - 송욱>

 

 

 

▲ <4.19홈페이지서 가져 옴/소리치는 태양 - 송욱>

▲ <수호예찬의 비에 새겨진 시/진혼가鎭魂歌 - 조지훈>
▲ <역사를 증언하는 자들이여 4·19의 힘을 보라 - 윤후명>

▲ <4.19홈페이지서 가져 옴/진혼가鎭魂歌 - 조지훈>
▲ <역사를 증언하는 자들이여 4·19의 힘을 보라 - 윤후명>

 

 

 

▲ <우측 수호예찬의 비에 새겨진 시/합장合掌 - 김윤식金潤植>

 

 

 

▲ <4.19홈페이지서 가져 옴/합장合掌 - 김윤식金潤植>

▲ <조가(弔歌) 4·19 젊은 넋들앞에 - 장만영張萬榮>
▲ <수호예찬의 비에 새겨진 시 /4월 - 박화목(朴和穆)>

▲ <조가(弔歌) 4·19 젊은 넋들앞에 - 장만영張萬榮>
▲ <4.19홈페이지서 가져 옴/4월 - 박화목(朴和穆)>

 

 

 

 

출처 :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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