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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회
김남조
사랑한 일만 빼곤
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
진작에 고백했으니
이대로 판결해 다오
그 사랑 나를 떠났으니
사랑에게도 분명 잘못하였음이라고
준열히 판결해 다오
겨우내 돌 위에서
울음 울 것
세 번째 이와 같이 판결해 다오
눈물 먹고 잿빛 이끼
청청히 자라거든
내 피도 젊어져
새봄에 다시 참회하리라
● 출처 :『사랑하리, 사랑하라』, 랜덤하우스 2006
● 시, 낭송 - 김남조 : 1927년 경상북도 대구에서 태어나 1950년 연합신문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목숨』『나무와 바람』『정념의 기』『겨울 바다』『설일』『사랑초서』『동행』등이 있으며,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국민훈장모란장, 은관문화훈장, 한국시인협회상, 서울시문화상 등을 수상함.
사랑의 끝은 이렇듯 아픈 참회이거나 혹독한 원망입니다. 사랑의 책임을 안으로 돌리면 참회가 되고, 밖으로 돌리면 원망이 되는 거지요. 참회하는 일은 매서운 회초리로 자신을 세차게 때리는 일입니다. 시의 어투에서 엿보이는 것처럼 뉘우침의 의지가 단호합니다. 준열합니다. 한 해를 시작하는 때입니다. 솜사탕처럼 허황한 꿈을 꾸는 것보다 단단하게 나를 다스리는 일로 새해의 첫 발걸음을 떼고 싶습니다. “겨우내 돌 위에서/울음 울” 듯 겨울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래야 저의 피도 젊어지겠지요.
2008. 1. 7. 문학집배원 안도현.
출처 : 삼각산의 바람과 노래
글쓴이 : 흐르는 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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