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 시인과 함께 떠나는 명시여행(8)
사 막
오르텅스 블루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서
때때로 뒷걸음질로 걸었다
모래에 찍힌
자기의 발자국을 보기 위해서.
어느 해던가, 젊은 시절에 가르친 제자들이 망년회를 겸해 만나자 그래서 그들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처음 본 시이다. 장소는 경기도 연천군에 있는 전곡역이란 기차역. 역사 안에 이 시가 쓰여져 있었다. 도통 처음 보는 시요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렇지만 느낌이 무척 신선했다.
나중에야 인터넷을 통해 이 시가 류시화란 시인이 편찬한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영혼처럼』이란 책에 실려져 세상에 널리 퍼진 시란 사실을 알았다. 시의 작자에 대한 약력사항이 좀 뭉뚝했다. 프랑스인이라는 것. 사고를 당해 누워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것. 시와 노래 짓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이름이 또 오르텅스 블루라는 것. 그가 파리 매트로(파리 지하철)에서 모집하는 행사에 시를 응모했는데 바로 이 시가 8천편의 응모작 가운데서 1등으로 당선한 시라는 것.
인간은 태어나면서 숙명적으로 고독이란 병을 앓는 존재이다. 혼자 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여럿이 있을 때조차 인간은 외로움을 느낀다. 어쩌면 고독은 인간의 본성의 일부분일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한 고독을 이 시는 다루고 있다.
시의 상황 설정이 극단적이다. 일단 독자를 사막이란 공간으로 끌고 간다. 사막. 지구 가운데 비가 내리지 않아 메마른 땅. 생물이 잘 자랄 수 없는 곳. 고요와 적막, 그리고 죽음과 고독만이 기다리는 곳. 그런 공간에 화자는 또 혼자다. 사막이 가진 특성이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는 일. 그래서(너무나 외로워서) 시인은 <때때로 뒷걸음질로 걸었다>는 것이다. 이유는 <모래에 찍힌/ 자기의 발자국을 보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고독한 자의 마지막 선택이 바로 이것이다. 고독도 이 정도가 되면 치명적이고 위협적이다. 자기 발자국일망정 그 발자국을 보고 위로를 받고 싶어 한다. 아,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 적어도 자신의 발자국이 옆에 있다는 것! 인간은 이렇게 끝까지 어쩔 수 없는 존재인가 싶다. 자기애(自己愛)의 극치를 본다.
-출처:http://cafe.daum.net/KEAA(재미수필문학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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