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백십자가 선물

운산 최의상 2013. 5. 4. 19:23

 

 

 

 

 

 

 

백십자가 선물

                                        최의상

 

 

하얀 병상에 누어

목자기도 특별한 응답 믿고

선물로 주신 부드러운 바람개비 곡선의

도자기 백십자가를 어루만지며

소망을 간구했다.

 

다음날

해가 동산에 뜰 무렵

수술대 위에 묶인 모양은

십자가에 못 박힌 환상이었다.

“아파요? 네, 배가 아파요.”

꿈속인 듯 아련하게 밝은 곳을 향해

두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세 시간의 내 삶은 기억에 없다.

세 시간 나는 죽었다.

죽음의 권세를 삼일 만에 이기고 부활하듯

세 시간 만에 나를 죽이고 새로 살았다.

 

내가 산 것은

의사의 수술 솜씨였다.

백십자가를 다시 어루만지는 손에

따스함이 번지고 있다.

주님의 피묻은 손이 의사의 손을

어루만지고 계시듯.

 

‘나는 외롭게 버려진

한 마리 어린양이었다.‘

내 마음에 항상 가시였다.

 

병상에서 일어나 병원 문을 나서니

밝은 해가 눈부신 중에

하얀 가운의 집도 의사가 웃으며 하는 말

‘항암치료는 안 해도 됩니다.’

 

귀가하여 백십자가를 벽에 걸고

무심히 바라보았다.

하나님이 찾고 계시는

한 마리 어린 양이 누구인가를

가늠하며 빙그레 웃었다.

 

                                2013년 4월 28일

 

 

 

 

261-백십자가 선물.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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