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십자가 선물
최의상
하얀 병상에 누어
목자기도 특별한 응답 믿고
선물로 주신 부드러운 바람개비 곡선의
도자기 백십자가를 어루만지며
소망을 간구했다.
다음날
해가 동산에 뜰 무렵
수술대 위에 묶인 모양은
십자가에 못 박힌 환상이었다.
“아파요? 네, 배가 아파요.”
꿈속인 듯 아련하게 밝은 곳을 향해
두둥실 떠오르고 있었다.
세 시간의 내 삶은 기억에 없다.
세 시간 나는 죽었다.
죽음의 권세를 삼일 만에 이기고 부활하듯
세 시간 만에 나를 죽이고 새로 살았다.
내가 산 것은
의사의 수술 솜씨였다.
백십자가를 다시 어루만지는 손에
따스함이 번지고 있다.
주님의 피묻은 손이 의사의 손을
어루만지고 계시듯.
‘나는 외롭게 버려진
한 마리 어린양이었다.‘
내 마음에 항상 가시였다.
병상에서 일어나 병원 문을 나서니
밝은 해가 눈부신 중에
하얀 가운의 집도 의사가 웃으며 하는 말
‘항암치료는 안 해도 됩니다.’
귀가하여 백십자가를 벽에 걸고
무심히 바라보았다.
하나님이 찾고 계시는
한 마리 어린 양이 누구인가를
가늠하며 빙그레 웃었다.
2013년 4월 2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