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사이(間)에 사는 사람들

운산 최의상 2013. 3. 29. 21:07

 

 

 

 

 

사이(間)에 사는 사람들

                                              최의상

 

 

 

 

너 뭐라 하던 시간은 간다.

꽃 피고 진다는 것은

시간의 아름다운 과정이다.

 

 

네 고통은 네 아름다움이고

우리 웃음 속에 생명의 탈퇴가

쓰나미의 순간처럼 빠진다.

 

 

가로수와 가로등 사이로 미의 팻션쇼

어둠의 시간을 지배하며

바람 불듯 군상들은 한 몸으로 간다.

 

 

거리에 햇살이 돋으면

사랑과 평화의 도시가

끊임없이 철거하고 건설된다.

 

 

긍정의 삶을 추구하는

믿음 없는 무리들이 몰려다니며

고통의 멍에를 장식으로 걸친다.

 

 

슬픔은 사치가 아니다.

자기를 우상화하며

햇빛 찬란한 거리를 잊어간다.

 

 

시간과 바람과 인간과 도시

산과 강과 구름과 마음

사이에서 삶이 놀고 있다.

 

 

색, 향, 미의 조화는

차의 진정 삼다미(三茶味)란다.

달을 보며 차를 마시고 싶다.

 

 

차의 맛이 돋보인다는

틈바구니 생각에는

안정된 인간미가 곁들여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소탈함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인간미

종(從)이 되어라 하신 말씀을 따른 것이리.

 

 

곧은 깃, 둥근 소매, 검은 헝겊을 깃과

소맷부리와 웃단에 덧댄 조촐한 꾸밈.

검은 복건 쓰고 가선을 두른 허리띠에 온갖 색실로

짠 술띠를 드리운 심의(深衣)를 입고 책을 읽는

학자가 그리운 때다.

 

 

머리와 가슴이 뛰는 시간

손과 발이 움직여야 한다.

사흘 굶어 도둑질이라도 하듯...

 

                                         2013년 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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