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무죄인가, 유죄인가
최의상
어디선가
해금소리에 한이 묻어 있고
해금소리에 허무함이 있고
해금소리에 그리움이 있고
해금소리에 기쁨이 솟고
천 번 흔들려도
고뇌의 강이 흘러도
눈망울만은
또렷이 앞을 바라보자.
전두엽이 나보다 먼저 열린
불운한 영웅들이
같이 늙어 가면서
무죄의 판결봉으로
천지에 고하며 두들겨 패는
시대정신(時代精神)에 살고 있다.
시골에서 유신의 법이
있어도, 없어도
가난은 개도 안 물어갔다.
시골 선생의 범주에는
학생 가르치는 버릇에
유신의 타당성도 버릇대로
가르쳤다.
너는 죄인인가?
뼈다귀가 삐죽 나오도록
맞아 죽기도 하고
인권이란 말이 생소하던 시절
벌거벗겨 지식이 조롱당하고
인간 최후의 염치인 성기가
놀림감이 되고
육체가 불구 되고
영혼이 미쳐버린
그 시대 쓸모없는
저들은, 저들은 죄인인가?
김지하 시인이 “무죄”다.*
장준하 선생은 “무죄”다.*
너는 무죄인가. 유죄인가.
또,
해금소리가 들린다.
풀 한포기 없는 황무지에
비닐조각들만 나부끼는
공간을 헤치고
한이 묻어온다.
허무가 굴러오고
그리움이, 슬픔으로
슬픔이 기쁨으로
흔들리는 것 같다.
너는 무죄인가, 유죄인가
2013년 1월26일
* 실명표현은 일간지에 기사화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