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
최의상
산그늘 내리면 여승은 속으로 흐느끼며 울리.
머리 위에 하 나. 둘 씩 별이 돋고,
설음은 설음대로 뭉쳐 못내 풍경도 우네.
보리수 아래 소슬히 빛나던
영감에 불사른 몸으로 석가여래상을 보며
여승은 차라리 아름다운 세월 잊었노라.
달빛 드린 법당,
연꽃이 웃는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흐르는 설법의 오묘함인가
아내라는 이름도, 아들의 어머니라는 이름도
언제부터인가 잊어버리고 고깔 속의 얼굴은
희기만 한 수줍음의 고운 자태. 울어주고 싶고나.
연꽃 잔영이 춤춘다천년 억겁의 소리여.
지장보살---
지장보살---
마차리 문암사에 산그늘 내린날
단아한 여승의 눈망울에.
연꽃 잔영이 흔들린다.
61. 1. 30 문암사 묘덕스님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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