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을 그리며
최의상
초원이 그립다.
사랑하고픈 사람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욕망의 원대함이라
믿음이 있고
순결이 있으며
생명의 숨소리가 있는
초원으로 가자.
오늘이 있어
오늘에 살기를 원하고
눈물처럼 여린 사랑이
꿈속에서 태어나
모두에게 자비 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것이 모자랄 때
눈물까지도 바치는
애틋함이 있어 사랑스럽다.
지금은 춥기만 한 겨울에
가난까지 겹친 모진 삶을 두고
풍요로운 들판에
내 기억을 묻어 둘 수 없어
더욱 한기를 느끼는 저녁에
황무지를 말하려는
비겁한 시인의 허세에서
불쌍한 감정은 묻어 두어야 한다.
차라리 내 무덤을 준비하여
평생의 거짓을 모아
천신(天神)께 예배하고 싶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기를 원하는가.
가야할 곳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정작 가야할 곳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그 정수리이며
치료제를 원하는 환자의 목전일 것이다.
그곳이 네 무덤이며
너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초원이 되어야 한다.
눈물을 감추어라.
네가 울어야 할 시간은 따로 있다.
목숨이 다 하기 직전
생에 가장 허무한 시간을 맞이할 것이며
그 시간에 육체의 눈물을 다 쏟아야 할 방황이
반드시 올 것임을 너를 통하여
알게 되리라.
저 멀리 평안 같은
침묵.
2012년 12월 24일 성탄전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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