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초원을 그리며

운산 최의상 2012. 12. 29. 14:44

 

 

 

 

 

초원을 그리며

                                  최의상

 

 

초원이 그립다.

사랑하고픈 사람들이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욕망의 원대함이라

믿음이 있고

순결이 있으며

생명의 숨소리가 있는

초원으로 가자.

 

오늘이 있어

오늘에 살기를 원하고

눈물처럼 여린 사랑이

꿈속에서 태어나

모두에게 자비 같은

사랑을 나눈다.

그것이 모자랄 때

눈물까지도 바치는

애틋함이 있어 사랑스럽다.

 

지금은 춥기만 한 겨울에

가난까지 겹친 모진 삶을 두고

풍요로운 들판에

내 기억을 묻어 둘 수 없어

더욱 한기를 느끼는 저녁에

황무지를 말하려는

비겁한 시인의 허세에서

불쌍한 감정은 묻어 두어야 한다.

 

차라리 내 무덤을 준비하여

평생의 거짓을 모아

천신(天神)께 예배하고 싶다.

 

너는 지금 어디로 가기를 원하는가.

가야할 곳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네가 정작 가야할 곳은

전염병이 창궐하는 그 정수리이며

치료제를 원하는 환자의 목전일 것이다.

그곳이 네 무덤이며

너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초원이 되어야 한다.

 

눈물을 감추어라.

네가 울어야 할 시간은 따로 있다.

목숨이 다 하기 직전

생에 가장 허무한 시간을 맞이할 것이며

그 시간에 육체의 눈물을 다 쏟아야 할 방황이

반드시 올 것임을 너를 통하여

알게 되리라.

저 멀리 평안 같은

침묵.

 

                                   2012년 12월 24일 성탄전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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