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동지(冬至), 눈꽃은 나의 고독이다.

운산 최의상 2012. 12. 21. 19:26

 

 

 

 

 

동지(冬至), 눈꽃은 나의 고독이다.

 

                                                    최의상

 

 

 

친구야, 눈이 온다.

살아서 고독한 길에 눈이 왔지.

밤새도록 오는 눈을 맞으며

별 말도 없이

눈길을 걸었지.

 

 

불 꺼진 자네 집 앞에서

고개만 끄덕이며

바바리코트 깃 세우던 청춘

여명의 설원을 넘는 구도자처럼

돌아서 아련한 두 줄 발자국만 남겼지.

 

 

오늘도 눈이 온다. 동지(冬至)에

붉은 팥죽 흙벽에 뿌리는 유월절

친구는 산에서 쓸쓸히 눈을 맞으며

고독은 무덤이라 하겠지.

 

 

어둠의 겨울로 잠입하는 나에게

천상을 벗어난 동지, 눈꽃은

가슴으로 붉게 파고드는 고독이다.

 

 

                              2012년12월21일

 

                                   冬至에

                           고인이 된 친구 문학평론가 장문평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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