門岩寺에서
운산 최의상
- 門岩寺- 江原道 寧越郡 北面 磨磋里 황사산
기슭에 고초로운 사파를 등지고
절을 세워 삭발하고 염불하는 여승(묘덕스님).
그리고 그 아들이며 나의 벗 咸寧運에게.-
여기
고독을 잔으로 마시는
아프터 그로우 (AFTERGLOW)
산협 외딴 골짜기에
사랑을 잔으로 마셔도, 마셔도,
것잡을 수 없는 망각의 지평선으로
일몰하여 투영하는 아프터 그로우
黃砂山 아래 門岩寺
창백한 외로운 달그림자에 가렸네.
영원의 고요가 굽어보고 있는데
여승이 거느린 엄숙한 밤
시퍼렇게 산골짝을 찢어버리는 종성.
너는 몇 번이나 종을 치며
경건한 공간더러 무어라 항거하느냐.
창너머 눈으로 보이는 궁창은 무한뿐
산이며 나무며 사원이 온통 고요한데
하이얀 눈<雪>위로 심연을 굴려오는 바람은
시의를 입은 공포로 내 피부 스쳐감이여,
門岩寺 새벽, 너의 종성이 날 적마다
목숨 안에서 목숨 밖으로 전률한다.
케이불카가 공중 로프를 타고 가는 磨磋音
磨磋里 탄부의 피곤한 뼈가 부서지는 울음.
석탄이 寧越로 실리어 공중 멀리 사라지면
고독을 잔으로 마시는 캡 라이트에
<아프터그로우>로 욕망이 타는데
門岩寺 십리길 산속에서는
삭발여승 영겁으로 흐르는 합장이 있다.
1961. 1. 25
* 아프터그로우(afterglow)- 저녁놀. 殘光 (즐거운 회상) 추억
보이는 영상에서 보이지 않는 추억을 투영해 본다.
** 이 시를 쓴지 40년후
門岩寺를 찾아 드니 절은 간곳 없고 절터도 헤아리기 어렵다.
근처에 門安寺가 있어 찾아 드니 주지스님은 묘덕스님의
며느님이였고 그의 남편 함영운(나의 친구)은 서울살이
갔단다. 중학생인 그의 딸이 해맑게 웃으며 부끄러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