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문예 제24호 신인 등단 문인 소개]-1
서라벌문예 제24호 신인 작품상 당선작[詩 部門]
김 형 률
당선작품
나, 당신이 그리워 外 1편
김 형 률
나, 구름이 되어
그리운 당신에게 가렵니다
아름다운 밤 창문을 연 당신에게
환하게 하늘을 열어 별을 보게 하렵니다.
그리워도 못가는 곳 당신이 기다린다면
바람에게 물어물어 함께 가렵니다
나, 구름이 되어
한낮 뜨거운 날
당신 위에 머물렵니다
그리운 당신이 기다린다면
눈물이 빗물 되어 당신에게 가렵니다.
가는 해의 여운
김 형 률
또 한해를 보내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봄날 철쭉 캐다 심던 날
세월이 쉬어가길 바랬다
무덥던 여름날
씻어도 또 적시던 여름날
작은 그늘 밑에서
세월이 쉬어가길 바랬다
그냥 가는 세월이 내게 말한다
여름 그늘 지나쳐 가을, 가을이온다
정남진에도 흰 눈이 발등을 덮는다
그리고 세월이 속삭였다
여름이 있어 가을이 있으니
가는 세월에 감사하라고
당신이 영원히 잠드는 날
나도 같이 쉴 테니.
심사평 : 박가을(시인/문학평론가)
[자연의 이치는 섧다]
다양한 각도에서 그 사물의 형상이라는 밭에 씨를 뿌리고 거름도 주고 잡초를 제거하며 깔끔한 옥토를 만들던 솜씨가 그의 심성에 깊이 내재되어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구름><별><바람><태양> 여름날은 먼 길을 떠나려는 마음이 벌써 달리는 열차를 타고 심산계곡을 넘나들고 있다. 주소 없는 겉봉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상상의 우주를 여행하는 나그네가 되어 바람 따라 별을 보고 한낮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있다.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그 누가 가로막을 수 있을까? 작가는 이러한 길목을 밤새 지키고 있는 지도 모른다.
첫 작품은 두려움 없이 글쓰기에 집중해야 한다. 신인의 경우에는 사물에 대한 형상의 이미지를 여과 없이 과감하게 표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자신만이 느끼는 감성을 독특한 글 솜씨를 유감 없이 발휘해야만 좋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박가을 문학평론가의 심사평중에-
당선 소감 -김형률-
시골 농부로 열심히 살고 있는 제게 시나 소설, 수필같은 문학은 생소한 단어여서 너무 마음 무겁고 큰 짐이 되었습니다.
가까운 친구들에게 보낸 작은 메시지들이 스마트폰 등 SNS로 옮겨져 이렇게 일이 벌어졌습니다.
편지도, 일기도 못 쓰며 사는 시골 농부가 된지 5년차인 제게는 좋은 분들 만나게 되어 행복합니다.
선배님들 말씀에 신중히 귀기울이는 자세로 배워 나가는 길을 걷겠습니다.
여기까지 데려다 주신 장팔현 박사님과 꼼꼼히 연락 주시며 이끌어 주신 장건섭 시인님과 심사평을 써 주신 박가을 문학평론가 그리고 선배님들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김형률 시인의 당선소감문 일부-
[서라벌문예] 제24호 신인 등단 문인(민은소) 소개]-2
서라벌문예 제24호 신인 작품상 당선작[詩 部門]
민 은 소
당선작품
1. 겨울 고드름
2. 남도의 보리밭
겨울 고드름
민은소
장독대 위엔
흰 눈 소복소복 쌓이고
달빛 고고한데
처마엔
땅을 향해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긴 고드름
싸락눈 흩날리는 소리에
무섭도록 까만 밤 이불깃 여미고
정적마저 두려운데
쌩쌩 칼 날 같은 찬바람은
야수처럼 창문을 흔들어대며
으르렁거리는 긴 긴 겨울 밤
빈 가슴 가득
싸늘한 슬픔 밀려와
회한의 눈물 여울져 뚝뚝 흘러내리네.
남도의 보리밭
민은소
남도의 넓다란 대지 위에
계절 따라 자연의 신비로움 변화무쌍 하네
우주의 손길
태양과 비구름,
바람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
일 년 삼백육십오일
대지는 자연의 순리 따라
춘하추동 옷도 개성적으로
잘도 갈아입는구나!
흰 비단결 이불 둘러쓰고 긴 겨울
땅속에 단단히 뿌리 내리며
속으로 커온 초록빛 보리밭!
따끈한 보리 순차 한 잔에
따스한 봄날의 염록소와 태양을 듬뿍 마신다.
봄을 마신다.
[서라벌문예] 제24호 신인 등단문인 소개(안준탁)-3
서라벌문예 제24호 신인 작품상 당선작[詩 部門]
안 준 탁
당선작품
그대 곁에 함께 있으리라
천수만 군무
그대 곁에 함께 있으리라
안 준 탁
스치는 바람에도
이른 아침 영롱한 이슬 먹은
풀잎에서도 물안개 피는 강가에도
그리움이 병이 되어 뒤척이는 이 밤
소복소복 함박눈이 내리네
해질녘 더 찬란하게 마지막 열정을 토하는 황혼에도
목화솜처럼 몽글몽글 피어난 눈송이에도
그 어느 곳 언제나 어느 때나 그대 곁에 함께 있으리라.
천수만 군무
안준탁
구름이 타고 부남호 너머로 물 끓듯이
둥둥 뜬 원구가 불덩이다
언덕을 핏빛으로 물들며 반 남아 잠겨 있고
먼 뒷섬들이 다시 환해지더니
구름 빛도 가라앉아 그림자 진다
끓던 물도 잔잔히 수평선 위로
머문 듯이 접어든다
서산의 노을 지면 겨울 동화가 시작된다
북극 인근 시베리아에서
춥고 배고품을 바이칼에서 충전하고
수십만 킬로 멀리 날아온 겨울 진객들
해지고 빨간 노을 번져 오를 때
은둔의 사슬을 벗는 날갯짓을 한다
황혼이 깃든 서쪽 천수만에
겨울 철새들의 힘찬 군무의 날갯짓
거대한 합창으로 조용한
호수에 파문이 일어난다
서로의 두려움을 달래고
잠 깨우는 힘찬 비상이다
한 폭의 그림을 그려 놓기도 하고
다각형을 만들다 부수고 다시 만들기도 한다
해뜨기 전 비행은 끝났고 태양이 솟아와
밝은 빛줄기 받으며 고요한 침묵이 스며든다
[서라벌문예 제24호 신인 등단 문인 소개]-4
서라벌문예 제24호 신인 작품상 당선작[詩 部門]
양 효 경
당선작품
그대 오려거든
문명의 사막
그대 오려거든
양효경
그대
오려거든
밀물처럼 오라!
주저하지 말고 성큼성큼
그리움이 짙어 해일이 된다면
너와 나
형체도 없이 스러지리니.
그대
그리움으로 오려거든
파도처럼 내게 오라.
서성댐 없는 걸음으로
부딪혀 부서지는 물보라처럼
그렇게 장대하게
그렇게 내게 오라.
문명의 사막
이육사를 오게 해서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맞으랴.
니체를 오게 해서
차라투스트라를 맞으랴.
과학의 극치가 주는
이 풍요로운 빈곤 앞에
광야에서 타락하던 유대인처럼
여호아를 잊고
모세를 잊고
차라투스트라를 잊고
초인을 잊는다.
르네상스를 목 놓아 노래하던 초인은
사람의 산자락 안에서
별만 낚는다.
태공은 주왕을 얻었건만
나의 초인은 누구를 얻을 것인냐
이제 누가 있어
천고의 시간 속에
별을 낚는 초인을 맞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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