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거영(朴巨影) 시인의 시 네 수 감상.
◐ 바다여 너는 강자(强者)
- 박거영(朴巨影) : 1916. 4. 9. 원산출생 -
바다여
너는 거센 승리자
터지는 슬픔을 억누르고
최대한 치욕을 씹는다.
바다여
너는 강직한 실력파
기만과 모함을 모르고
수단과 아무를 모른다.
너의 신념이
너의 정열이
너의 침묵이
모두가 그것들이.
너의 진한 생명이고 보면
너는 그 앞에서 온갖 것
슬픔을 쏟아 놓고
자신의 구원을 받는다.
바다여, 너는
실존주의자
바다여, 너는
행동주의자
바다여, 너는
우리의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의지요
우리의 전부다!
그런데 너 바다여
오늘 밤은 무슨 정회(精懷)를
품었기에 그토록
이 한밤을 새워가며
몸부림치고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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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픈 葬禮式(장례식)
- 박거영(朴巨影) : 1916. 4. 9. 원산출생 -
ㅡ밤,
저 南山(남산) 위에
높이 솟아 있는
붉은 燈(등)불을 보라.
그것은
市民(시민)의 죽엄을 哭(곡)하는
弔燈(등)!
不信(불신)과
恐怖(공포)와
絶望(절망)의
不吉(불길)한 豫感(예감) 속에서
치솟는 슬픔의 죽음,
이 모든
슬픔의 죽음을
市民(시민)들은
찬란한
웃음으로
울음으로
밤을 지샌다.
또 다시
저 南山(남산) 위에
높이 솟아 있는
붉은 燈(등)불을 보라.
그것은
모든 市民(시민)의 自殺(자살)을 告(고)하는
赤信號(적신호)!
暴力(폭력)과
掠奪(약탈)과
謀反(모반)의
처절한 戰慄(전율) 속에서
벌어지는 그것들
그런데, 이 모든
슬픔과 自殺(자살)을
市民(시민)들은
찬란한
웃음으로
울음으로
밤으로 지샌다.
그리하여
그 다음 날에는
靈柩車(영구차)가
黙黙(묵묵)히, 서글프게
市街(시가)를 지나가고
그 뒤를 따라가는
喪主(상주)는
댄스를 하는 것이다.
어느 덧
무덤은 그 앞에 파지고
까마귀 떼가 날개를 펼쳐
까맣게 하늘을 덮어버리니
날씨도 우중충한 날,
이렇게 하여
모든 市民(시민)의 葬禮式(장례식)은
悲痛(비통)하게도
끝이 나는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 무엇일까,
미움과
죽음의 太陽(태양)이
또한 우리에게
닥쳐올 것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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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惡魔(악마)들 앞에서
- 박거영(朴巨影) : 1916. 4. 9. 원산출생 -
시멘트바닥에 엎어놓고
모질게 구둣발 뒤꿈치로
나를 마구 밟아 문지른다.
다시
나를 水道(수도)가로 끌고 가서
발가숭이로 만들어 놓고
그리고
팔다리를 묶어 논 다음,
몇 바께스의 물을 먹였는지
내 발가락에 매달아 논
電氣(전기)줄이
내 배때기 속에서
꾸루륵 꾸루륵거린다.
하하핫, 하하핫,
내 앞에서 너털대고 있는
너 惡魔(악마)들을
그것들을 힐끔히 쳐다보며
그냥 눈을 감아버려야 하는
이 怨痛(원통)함이어,
역겨움이 앞을 가로질러
울지도 못하는
이 서러움이여,
시퍼렇게 눈을 뜨고
다만 죽는다는 것만을
이 瞬間(순간)에 조용히 느껴보는
그러한 것과.
또 火石(화석)처럼 번쩍이는
그러한 것들의
정말 아무래도 알 수 없는
온갖것 그런 것들 속에서.
그런데
또 저 어둠컴컴한 천장에서
큰 거미란 놈 한 마리가
바로 내 이마 위를 향해서
줄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앗,
보기도 징그런 놈아
네 이름은 惡魔(악마)다!
네 눈깔엔 死血(사혈)이 올랐구나.
그러한 너를
내가 이토록 憎惡(증오)함은
나의 權利(권리)요, 나의 主張(주장)이고
나의 存在(존재)와 나의 生命(생명)이다.
그리고
네 뱃속엔 暴虐(포학)이 찼구나.
그러한 너를
내가 拒否(거부)함은
나의 認識(인식)이요, 나의 決定(결정)이고
나의 行動(행동)과 나의 判斷(판단)이다.
나는
너의 이름을 믿지 않는다.
나는
너의 이름을 듣지 않는다.
나는
너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나, 차라리
마지막 웃음을 머금고
네 눈알을 咀呪(저주)하며
이대로 죽어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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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孤獨(고독)한 反抗者(반항자)
- 박거영(朴巨影) : 1916. 4. 9. 원산출생 -
나의 것을
내가 찾고
그것을 所有(소유)한다.
다시 그것을
한곳에 모아
하나를 形成(형성)한다.
形成(형성)한 그속에
힘은 들어 있다
ㅡ힘,
우리들은 힘을 갖는다.
行動(행동)과
勝利(승리)와
生命(생명)을,
그리고
全體(전체)의 것을 갖는다
나는 孤獨(고독)하지 않다.
나는 行動(행동)하고 있기 때문에
나는 孤獨(고독)하지 않다.
나는 生命(생명)을 지녔기 때문에
아, 여기
나부끼는 旗(기)발이어
나부끼는 旗(기)발이어
지금은 새벽,
별 하나가 조용히
내 머리위에 떠 있다.
이제 그 별 아래에는
하나의 行動(행동)과 生命(생명)이
來日(내일)을 위하여
벅차게
숨 쉬고 있으니.
그것은
孤獨(고독)한 反抗者(반항자)였다!
孤獨(고독)한 反抗者(반항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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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박거영(朴巨影 1916~)
본 명 ; 귀손(貴孫)
출 생 지 ; 함남 원산(元山)
직 업 ; 시인, 기자
함남 원산(元山) 출생. 본명은 귀손(貴孫). 중국(中國) 상하이대학(上海大學) 졸업. 거기서 언론계에 투신, 기자(記者)로 있다가 〈대한일보(大韓日報)〉를 발행하기도 했다.
해방과 함께 귀국, 「시인(詩人)의 집」을 운영하며 시낭독회(詩朗讀會)와 연구회를 여러 번 개최하였다.
1925년 〈조선중앙일보(朝鮮中央日報)〉에 시 《공장(工場)의 화구(火口)》 등을 발표하였다. 그후 상징적(象徵的)인 수법과 수사적(修辭的) 문장으로 내면의식(內面意識)을 노래해 왔다.
1949년 첫 시집(處女詩集) 《바다의 합창(合唱)》을 내놓은 후 계속 《악(惡)의 노래》(51), 《인간(人間)이 그립다》(55), 《고독(孤獨)한 반항자(反抗者)》(58), 《절정(絶頂)》(60), 《인간적(人間的) 환상(幻想)》(65) 등 6권의 시집을 냈다.
이 밖에 《나를 스쳐가는 것들》(67)이란 명상록(瞑想錄)을 냈으며 대표시에 《황초령(黃草嶺)》 · 《모르모트의 죽음》 · 《상해(SHANGHAI)》 등이 있다.
[출처] 박거영(朴巨影) 시인의 시 네 수 감상.|작성자 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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