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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벨 논란 불 지핀 종편과 이상호기자

운산 최의상 2014. 4. 28. 08:44

 

 

'다이빙벨 논란' 불 지핀 종편과 이상호 기자

  • 양지혜
    사회부 기자
    E-mail : jihea@chosun.com
    기자
    입력 : 2014.04.28 05:24
  • 전문가들, "잠수부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유족들을 '희망고문' 말라"

    민간 구난업자 이종인씨의 다이빙벨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한 종합편성채널(종편) 메인뉴스였다.

    18일 방송에서 앵커는 이종인씨를 인터뷰하면서 “다이빙벨은 ‘유속(流速)에 상관없이 20시간 정도 연속 작업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기술을 말씀하시는 거냐”고 질문했다. 이씨는 “물 속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세월호) 입구에서 엘리베이터 출입구까지 2~3m. 조류가 세도 그건 이동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앵커는 “당국에서도 조금 적극적으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실제로 검증이 된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 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인 이종인씨가 지난 24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다이빙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씨 뒤에 노란색 장비가 다이빙벨이다. /뉴시스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인 이종인씨가 지난 24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다이빙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씨 뒤에 노란색 장비가 다이빙벨이다. /뉴시스
    이 방송이 나간 뒤 네티즌들은 ‘정부는 당장 다이빙벨을 투입하라’며 들끓기 시작했다. SNS에서는 “정부가 이유없이 다이빙벨 투입을 막고 있다”는 의혹들이 난무했다. 트위터에는 “바닷 속에 엘리베이터를 만들 수 있는데 왜 막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민간 구조업자들을 배제하고 있는 것 아니냐” “다이빙벨만 있으면 충분히 생존자들을 구해낼 수 있다. 당장 다이빙벨 사용을 허가해야 한다”는 글이 줄을 이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텃세 때문에 이종인 대표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등 내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씨의 주장에 대해 합동구조팀과 전문가들은 “조류가 거센 사고해역에서는 다이빙벨이 큰 소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본부장은 “25분 이상 잠수하는 것도 힘든데 20시간 연속 잠수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다이빙벨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식의 보도는) 유족을 ‘희망 고문’하는 것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황 본부장은 또 “(다이빙벨을 위해) 바지선을 하나 더 설치하면 앵커끼리 엉켜 잠수부들이 위험에 처할수도 있다”며 “다른 업체도 다이빙벨을 가지고 있는데 왜 못 넣었는지를 생각해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제의 해당 종편은 며칠 뒤 또다시 이종인씨 인터뷰·방영했다. 21일 방송에서는 “조류가 부딪친다 해도 저게(다이빙벨이) 뒤집힐 정도는 아니다. 저 자체 무게만 해도 3톤”이라는 이씨의 말을 전했다. “잠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다이빙벨 투입이 지연되고 있다”(21일) “이번 구조작업의 대안으로 제시됐던 다이빙벨이 21일 사고 현장에 도착했지만 투입되지는 못했다”(22일) 등 방송도 이어졌다.

    이 논란을 현장에서 증폭시킨 것은 인터넷 개인 매체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였다. 24일 그는 진도 팽목항에서 있었던 실종자 가족들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의 면담에서 전면에 나섰다. 그는 가족들이 구조작업 진행 상황에 대해 질문하는 도중 마이크를 잡고 “정부가 물속에서 20시간 이상 작업할 수 있는 다이빙벨을 일부러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청장이 “다이빙벨이 현 시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이 기자는 이종인씨와 전화 연결을 하며 압박해 결국 현장에서 다이빙벨 투입 결정을 끌어냈다.
    이상호 기자가 지난 24일 고발뉴스와 팩트TV의 합동 생중계에서 마이크를 들고 말하고 있다. /고발뉴스 캡처
    이상호 기자가 지난 24일 고발뉴스와 팩트TV의 합동 생중계에서 마이크를 들고 말하고 있다. /고발뉴스 캡처
    당시 이 기자는 현장 생중계를 하면서 “장관님과 청장님은 투입하는 잠수 요원들의 안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천추의 천벌을 안 받으려면 (구조) 작전하다 다치는 사람 나와도 된다”는 발언을 했다. 이 기자는 또 생중계 도중 연합뉴스 기자가 쓴 기사를 읽으며 “니가 기자야 개XX, 너 내 후배였으면 죽었어”라고 말하고, “지금 이 시간에 배 한척도 보이지 않는데 오늘 지상 최대의 구조작전이 펼쳐졌다고 쓰다니 참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해당 기사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9일째인 24일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바다 위와 수중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수색 작업을 벌여 구조대원 726명이 동원됐고 함정 261척, 항공기 35대 등의 장비가 집중 투입됐다’는 내용이었다. 이튿날인 26일 이 기자는 트위터에 “연합뉴스, 자사보도 욕설 비판에 대해 ‘사과가 미흡하다’며 소송제기 방침 알려와. 팽목항 흙바람 속에 반나절 넘게 고민 중입니다. 무엇을 더 사과해야 할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기자는 해경이 “원활한 구조작업을 위해 바지선에 취재진을 태우지 않는다”고 사전 통보했는데도 25일 오전 10시 무렵 고발뉴스 취재진과 함께 바지선에 올라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실종자 가족들과 협의가 이뤄진 사항”이라고 주장했지만, 해경의 전화를 받은 실종자 가족은 “우리는 이씨의 승선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제야 “(가족 동의 없이 탑승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했다.

    MBC 보도국 기자였던 이 기자는 2004년 명품백 로비를 받은 사실을 밝혀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으며, 이후 “구찌백이 아니라 샤넬백을 받았는데 사측 압박으로 구찌백이라고 허위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3년 MBC에서 해고된 이후 고발뉴스를 운영해왔다.

    양지혜·김경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