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앞 마로니에숲을 가리키며 잠시 앉아서 쉴 만한 의자나 시민을 위한 배려로 거닐며 사색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최원영씨는 문공부를 통하여 '객석' 창간 허가를 받았고, 잡지 창간호를 펴내기도 전에 약속대로 마로니에공원을 조성해주었다. 당시 공사비로 5000여만원가량 들었는데, 그의 후원 덕에 대학로를 찾는 시민들에게 훌륭한 쉼터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얼마 후 '문화예술 사랑의 숨결이 모여 새롭게 꾸며진 마로니에공원… 후원인 동아그룹·예음 대표이사 최원영'이란 글귀가 새겨진 기념석이 마로니에공원에 세워졌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 얼마 전 편지 한 통으로 그의 소식을 접했다. 안양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최원영씨는 지난 1월 출간된 나의 에세이 '공연의 탄생'을 읽고, 자신을 잊지 않고 책에 써준 것에 대한 감사와 서울대 대학원(플루트 전공) 졸업식에 내가 꽃다발을 들고 찾아갔던 기억을 담았다.고교 후배이기도 한 그는 연필로 쓴 편지에 나를 선배님으로, 사장님으로 깍듯이 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