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자료실

마로니에 공원의 기억

운산 최의상 2014. 4. 9. 19:22

 

 

 

 

마로니에 공원의 기억

  •  
    입력 : 2014.04.09 05:48
    • 스크랩 메일 인쇄
    • 글꼴 글꼴 크게 글꼴 작게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
    서울 동숭동 대학로의 마로니에공원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1983년 3월 문공부에서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상임이사로 자리를 막 옮겼을 때, 기업인 최원영씨가 "음악전문지를 창간하려는데 도움을 받고 싶다"며 찾아왔다. 그냥 문공부 담당 국장을 연결해주면 될 터인데, 마침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재력가인 그에게 뜻깊은 일을 제안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평소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예산 문제로 쉽게 손을 쓰지 못하던 일이었다.

    나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앞 마로니에숲을 가리키며 잠시 앉아서 쉴 만한 의자나 시민을 위한 배려로 거닐며 사색할 수 있는 공원을 조성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흔쾌히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후 최원영씨는 문공부를 통하여 '객석' 창간 허가를 받았고, 잡지 창간호를 펴내기도 전에 약속대로 마로니에공원을 조성해주었다. 당시 공사비로 5000여만원가량 들었는데, 그의 후원 덕에 대학로를 찾는 시민들에게 훌륭한 쉼터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얼마 후 '문화예술 사랑의 숨결이 모여 새롭게 꾸며진 마로니에공원… 후원인 동아그룹·예음 대표이사 최원영'이란 글귀가 새겨진 기념석이 마로니에공원에 세워졌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다, 얼마 전 편지 한 통으로 그의 소식을 접했다. 안양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최원영씨는 지난 1월 출간된 나의 에세이 '공연의 탄생'을 읽고, 자신을 잊지 않고 책에 써준 것에 대한 감사와 서울대 대학원(플루트 전공) 졸업식에 내가 꽃다발을 들고 찾아갔던 기억을 담았다.고교 후배이기도 한 그는 연필로 쓴 편지에 나를 선배님으로, 사장님으로 깍듯이 칭했다.

    [일사일언] 마로니에 공원의 기억
    나는 서울예고 이사장인 최원영씨가 경원대 이사장을 겸직하면서 자금난을 겪는 예고를 살리기 위해 대학 자금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 6년의 형량을 받은 그는 "훗날 나와 꼭 마로니에공원 벤치에 다시 앉아 보고 싶다"고 편지에 썼다. 편지를 받은 이날 내내, 묵은 기억과 연민의 눈물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