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연작시 ‘유관순’ 명예훼손 사과”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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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시인 정호승씨(63·사진)가 자신의 연작시 ‘유관순’의 내용에 대해 유족들에게 사과했다. 정씨는 11·12일 이틀에 걸쳐 4개 중앙일간지 광고란에 자신의 이름으로 ‘사과문’을 게재했다.이 글에서 정씨는 “1979년 발간한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에 실린 9편의 연작시 ‘유관순’이 사용해서는 안되는 특정낱말(그리운 미친년, 바람난 어머니, 창녀, 문둥이)을 사용함으로써 35년 동안이나 유관순 열사의 고귀한 명예를 욕되게 하고 애국애족의 순국정신을 훼손했다”며 “앞으로 정호승의 이름으로 발간되는 어떠한 시집에도 연작시 ‘유관순’이 영구히 게재되지 않도록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정씨는 또 “시인으로서 석고대죄하며 참회하고 사죄드려야 마땅한 일”이라며 “다음이나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도 이 시가 게재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시는 발표된 지 34년이나 됐으나 지난 5월 한국시인협회가 한국 근현대사 인물 112명에 대한 시를 모아서 발행한 시집 <사람>에 재수록되면서 유족들에게 알려졌다. 유관순열사유족회 김정애 회장(78·조카며느리)은 “정 시인이 그런 시를 썼다는 사실을 <사람>을 읽고 처음 알았다”면서 “시인은 문학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유족들 입장에서는 지나친 표현이라고 생각해 일간지에 사과문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사람>은 유관순, 안중근, 김구 같은 독립유공자들만이 아니라 이승만·박정희·이병철·정주영 등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들에 대한 시도 함께 수록했다가 협회 소속 시인 55명이 집행부의 사과와 시집 회수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출간 직후 회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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