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애송시 100편-제91편] 거짓말을 타전하다-안현미 [애송시 100편-제91편] 거짓말을 타전하다-안현미 여상을 졸업하고 더듬이가 긴 곤충들과 아현동 산동네에서 살았다 고아는 아니었지만 고아 같았다 사무원으로 산다는 건 한 달치의 방과 한 달치의 쌀이었다 그렇게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 살았다 꽃다운 청춘을 팔면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90편] 추일서정(秋日抒情)-김광균 [애송시 100편-제90편] 추일서정(秋日抒情)-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89편] 철길-김정환 [애송시 100편-제89편] 철길-김정환 철길이 철길인 것은 만날 수 없음이 당장은, 이리도 끈질기다는 뜻이다. 단단한 무쇳덩어리가 이만큼 견뎌오도록 비는 항상 촉촉히 내려 철길의 들끓어오름을 적셔주었다. 무너져내리지 못하고 철길이 철길로 버텨온 것은 그 위를 밟고 지나간 사람들의 ..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88편] 낙화-이형기 [애송시 100편-제88편] 낙화-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87편]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애송시 100편-제87편] 껍데기는 가라-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東學年)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86편] 서시-이시영 [애송시 100편-제86편] 서시-이시영 어서 오라 그리운 얼굴 산 넘고 물 건너 발 디디러 간 사람아 댓잎만 살랑여도 너 기다리는 얼굴들 봉창 열고 슬픈 눈동자를 태우는데 이 밤이 새기 전에 땅을 울리며 오라 어서 어머님의 긴 이야기를 듣자 <1976년> ▲ 일러스트 잠산 시평 이시영(59) 시..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85편] 낙화-조지훈 [애송시 100편-제85편] 낙화-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84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김광규 [애송시 100편-제84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4·19가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83편] 솟구쳐 오르기 2-김승희 [애송시 100편-제83편] 솟구쳐 오르기 2-김승희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날게 하지 않으면 상처의 용수철 그것이 우리를 솟구쳐 오르게 하지 않으면 파란 싹이 검은 땅에서 솟아오르는 것이나 무섭도록 붉은 황토밭 속에서 파아란 보리가 씩씩하게 솟아올라 봄바람에 출렁출렁 흔들리..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
[스크랩] [애송시 100편-제82편] 해바라기의 비명(碑銘)-함형수 [애송시 100편-제82편] 해바라기의 비명(碑銘)-함형수 나의 무덤 앞에는 그 차거운 비(碑)ㅅ돌을 세우지 말라. 나의 무덤 주위에는 그 노오란 해바라기를 심어 달라. 그리고 해바라기의 긴 줄거리 사이로 끝없는 보리밭을 보여 달라. 노오란 해바라기는 늘 태양같이 태양같이 하던 화려한 나.. 문학/애송시 100편 2012.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