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자부(靑磁賦)
선(線)은
가냘핀 푸른 선은 ______
아리따웁게 구을려
보살(菩薩)같이 아담하고
날씬한 어깨여
4월 훈풍에 제비 한 마리
방금 물을 박차 바람을 끊는다.
그러나 이것은
천녀의 꿈 고려 청자기!
빛깔, 오호! 빛깔
살포시 음영(陰影)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
조촐하고 깨끗한 비취(翡翠)여.
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
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
물방울 뚝뚝 서리어
곧 흰 구름장 이는 듯하다
그러나, 오호 이것은
천년 묵은 고려 청자기!
술병 물병 바리 사발
향로 향합 필통 연적
화병 장고 술잔 베개
흙이면서 옥(玉)이더라.
구름 무늬 물결 무늬
구슬 무늬 칠보 무늬
꽃 무늬 백학(白鶴) 무늬
보상 화문(寶相華紋) 불타(佛陀) 무늬
토공(土工)이요, 화가더라
진흙 속 조각가다.
그러나 이것은
천년의 꿈 고려 청자기!
[작가소개]
박종화(朴鐘和,1901~1980) 호는 월탄(月灘).
서울출생. 휘문고보 졸업. <백조>발간에 참여.
홍사용,박영희 등과 교우하면서 백조파 문학의 형성에 기여하였다.
시집으로 <흑방비곡>(1924),<청자부>(1946)가 있다.
초기에는 낭만적,퇴폐적 분위기의 시를 창작하다가 후기에는
민족사,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시로 창작했다.
<흑방비곡>에 수록된 시는 전자에 해당하며,<청자부>에 실린 시는
후자에 해당한다. 이후 소설창작에 몰두하여 <금삼의 피>,<다정불심>
<대춘부>,<임진왜란>등의 역사소설을 창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