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어둠을 바라본다

운산 최의상 2018. 6. 20. 11:56






어둠을 바라본다.

                                  최의상




내가 무얼 안다고

시를 쓰는가

미수(米壽)가 되어도

세월이 가는 곳을 모르고

왜 태어나, 왜 죽어야 하는지

죽는 꼴은 왜 수천가지인지

강물은 흐르고, 산은 높아야 하며

꽃은 피어서 시들어야 하고

새들은 천공을 날며 울어야 하고

사람은 십자가 같은 피의 고통을 짊어지고

정처 없이 어느 곳으로 향하는지

빛이 있어 낮과 밤이 조화를 이루고

아 !

오늘도 해는 서산마루로 붉은 노을 토하고

나만 어둠에 남겨두었구나

어둠을 바라본다.

경건한 어둠을 바라본다.

그 어둠의 무저갱에서

침묵의 언어가 꿈틀거린다.

들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듣기를 원하고

듣기를 염원한다

어둠에서 분출하는 저 새벽

불꽃같은 신성한 음성을 듣고 싶다.

                      2018.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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