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의 『시인 신경림』
그러나 한국에서 가장 훌륭한 시인 평전은 소설가들의 손에서 나오곤 한다. 송우혜가 쓴 『윤동주 평전』이 그중 한 권이고, 나머지 한 권은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려는 이경자의 『시인 신경림』이다.
신경림 시인의 생애가 특별히 파란만장한 것은 아니다. 1935년 4월 충북 충주의 제법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6·25 동란에 의해 투기성 사업을 하던 아버지에 의해 장차 몰락하게 되는 집의 장남이었다. 그 나이 또래 한국의 많은 지식인처럼 가정교사로, 아르바이트로, 때로는 장돌뱅이로 한국 천지를 누벼야 했던 대학생 시절부터 숱한 고난을 겪어야 했다. 신경림 시인을 우리 시대 민주시인으로, 마침내는 ‘시인’으로 키운 것도 이때다.
신경림 평전에는 이런 책에 자주 나오기 마련인 각주나 미주 같은 것이 전혀 없다. 단지 한 사람의 생애와 이야기와 그 예술이 거기 있다. 시인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살고 있다. 최근에 성북문화재단은 신경림문학관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시인이 극구 만류하는 바람에 이 계획은 무산됐지만, ‘시인의 집’을 세우고 거기에 신경림 선생의 방 하나를 마련하자는 안에는 어쩔 수 없이 찬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성북구의 솔샘 골짜기에 한국시의 메카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창밖에 쌓이는 것을 내어다보며/ 그는 귀엽고 신비롭다는 눈짓을 한다. 손을 흔든다./ 어린 나무가 나무 이파리들을 흔들던 몸짓이 이러했다.’ 신경림의 시 ‘유아’의 첫 연이다. 신비로운 것은 어디나 있다. 그러나 여린 것들만 신비로운 것을 알아본다.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