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은 오고 운산/최의상
허공을 은반삼아 춤추며 눈이 온다. 서서히 춤추며 이야기를 나누는 눈도 있고, 천상의 비밀을 말하듯 교태스러운 눈도 있고, 단순히 미풍에 맡기고 여릿여릿 오는 눈도 있다.
이어서 오는 눈도 이 시간의 흐름 따라 빠르지도 않으며, 느리지도 않으며 바람이 부는 듯, 바람이 일렁이는 듯 억만 송이 눈꽃 축제가 내 눈(眼)으로 들어온다.
나목인 가로수, 빛 없는 조명등, 방향 없는 표지판들이 눈에 묻혀 조용히 잠들고 탐욕스런 도시가 소리 없는 눈의 무덤이 되어도 눈은 계속 오고 있다.
하얀 눈으로 덮인 정원의 정막은 죽은 영혼을 깨우는 숨소리가 되어야 한다. 봄이면 마른 잎 속에서 솟아나는 푸르름을 보듯 하얀 눈 속의 태동을 잊을 수는 없다.
하얀 눈은 계속 와야 한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릴 때 까지 하얀 눈은 오고 또 오면서 붉은 피라도 하얗게 덮어 주어야한다.
2012년 1월 31일 오후 오는 눈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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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서라벌문예원
글쓴이 : 운산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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