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최의상 詩人 詩室

[스크랩] 하얀 눈이 오고

운산 최의상 2012. 2. 2. 21:12

 

 

 

 

 

                             하얀 눈은 오고

                                                            운산/최의상

 

 

허공을 은반삼아 춤추며 눈이 온다.

서서히 춤추며 이야기를 나누는 눈도 있고,

천상의 비밀을 말하듯 교태스러운 눈도 있고,

단순히 미풍에 맡기고 여릿여릿 오는 눈도 있다.

 

 

이어서 오는 눈도 이 시간의 흐름 따라

빠르지도 않으며, 느리지도 않으며

바람이 부는 듯, 바람이 일렁이는 듯

억만 송이 눈꽃 축제가 내 눈(眼)으로 들어온다.

 

 

나목인 가로수, 빛 없는 조명등, 방향 없는 표지판들이

눈에 묻혀 조용히 잠들고

탐욕스런 도시가 소리 없는 눈의 무덤이 되어도

눈은 계속 오고 있다.

 

 

하얀 눈으로 덮인 정원의 정막은

죽은 영혼을 깨우는 숨소리가 되어야 한다.

봄이면 마른 잎 속에서 솟아나는 푸르름을 보듯

하얀 눈 속의 태동을 잊을 수는 없다.

 

 

하얀 눈은 계속 와야 한다.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릴 때 까지

하얀 눈은 오고 또 오면서

붉은 피라도 하얗게 덮어 주어야한다.

 

                                                    2012년 1월 31일 오후 오는 눈을 바라보며

 

 

 

 

 

 

 

출처 : 서라벌문예원
글쓴이 : 운산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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