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한정 시인을 만나기위해서 지하철을 타고 숭실대입구역으로 향했다. 2월 날씨 치고는 제법 봄기운이 돋는다. 오늘 나는 귀한 분을 처음 뵙게 되니 정장으로 몸을 단장하고 만나야 예의라고 생각이 들어 몇 개월 전에 구입한 이탈리아산 실크 양복에 앙골라 텍스의 외투를 걸치고 폼을 냈다. 그런데 날씨가 더워서 폼은 어색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무겁고 거북하고 날씨와 어울리지 않고, 내가 이제까지 퇴직 후 거의 정장보다 간단하게 잠바차림으로 생활을 해왔기에 그러한 것이 거추장스러운가보다. 지하철 2호선 대림역에서 7호선을 갈아타기 위해서 역구내를 나왔다. 2호선은 노상구간이 이라 7호선과의 연계를 위해서는 상당한 거리를 지하로 잠입해 들어가야 한다. 내가 하차할 곳은 숭실대입구이다. 그런데 실은 이역은 봉천 3동의 고개 마루에 있는 살피재이다. 내 추억어린 봉천동은 지금은 양방향 8차선으로 뚫려 대로가 관통하고 있지만 40년 전은 높은 고갯길로 오솔길이 있고 산등성이까지 판자촌을 형성하여 세계에서가장 비참한 난민촌이 형성된 곳이었다. 봉천동과 신림동은 수재민 난민 등 서울 도심으로부터 밀려나오는 빈민을 수용하는 수용지였다. 그 지역이 이젠 천지개벽이 되어 도시의 면모를 가추며 아파트촌을 형성하고 있다. 살피재는 어떤 곳인가 그 말을 그냥 의역한다면 살을 에고 피가 말리는 고개라는 뜻이다. 너무나 빈곤하여 산등성이 마루까지 꽉 들어찬 난민들의 판자촌은 그야말로 수용소와 같았다. 제대로 된 길이 없으며 잡초로 얽혀진 산길, 그리고 화장실이 제대로 없어서 집단촌은 똥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었다. 나는 그때 이곳을 지나며 호박밭을 맴도는 나비와 잠자리를 발견하였다. 곤충의 세계는 이곳이 천국처럼 풀꽃을 찾아서 비상하며 안락을 꿈꾸는 것을 보았다. 정말 나비와 잠자리들은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노을을 등에 메고 부지런히 이곳 살피재로 몰려와서 보금자리를 트는 게 아닌가. 이렇듯이 이곳은 빈곤의 땅이지만 나는 언젠가는 나비와 곤충이 영위하는 황홀한 땅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변화하는 것은 현재보다 나은 좋은 환경을 만들며 진화하기 때문이다. 빈곤에서 우리는 진화하듯이 경제개발과 국토 및 도시개발을 통해서 이제는 현대문화를 수용하며 살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고소득의 생활을 영위하게된 것이다. 내가 지켜본 40년간의 국부 지수는 60년대 70$정도에서 무려 18,000$로 성장하였으니 257배의 천문학적 경제적 성장을 가져온 것이다. 이는 살피재의 가난을 몰아내기에 충분하고 넘치는 것이다. 나는 김순진 시인과 살피재를 걸으며 그렇게 말했다. 모든 것은 변화하는 것이니 이제는 도시로서 충분한 조건을 구비한 것이라고 ... 그래서 살피재역은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데 무려 3단의 긴 에스컬레이터를 타야하고 계단을 올라야한다. 고개가 높은 만큼 역이 위치하는 장소도 지상에서 깊이 들어간 곳이다. 엄 시인의 아파트는 봉천 3동의 현대아파트로 산비탈을 뭉개고 지었다. 높은 곳이라 멀리에는 관악산이 바라보인다. 우리일행은 메인 스토리의 취재를 위해서 엄한정 시인을 만났다. 초인종을 누르니 대기하고 있다가 엄시인과 부인이 우리를 맞아 주었다. 수인사를 하고 소파에 앉아서 커피를 들며 얼굴을 익히며 탐방의 취지를 간단히 말했다. 이미 엄시인은 발행한 월간 스토리문학 책을 보고 어느 정도 인터뷰할 자료를 복사하여 대비하고 있었다. 엄시인은 현재 71세로 한국문인 산악회를 이끌었으며 회원으로 매주 등산을 통해서 건강을 다질 만큼 체력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 엄시인은 비교적 마른 체구에 강단이 있어 보인다. 그는 시를 쓰게 된 동기를 묻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라고 한다. 글을 쓰면 잘된 것을 골라서 교실 뒤에 붙여주곤 하였다. 그래서 그때부터 글 솜씨가 좀 있는 것이 아닌가하며 막연하게 생각하였다. 그리고 1950년 6.25 한국동란이 발발하여 학교를 당분간 쉬는 사이에 많은 책을 읽으며 문학에 빠진다. 사범학교에 진학하면서 문예반을 만들어 적극적이 문학서클 활동을 하며 지냈다. 졸업 후 경기도 광주의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20살에 적극적으로 문학수업을 하며 시와 소설 수필을 쓰기 시작하였다. 그는 본성적으로 이렇게 농촌 출신이면서 농사일보다도 색다른 문학에의 길을 택한다. 부모님은 엄 시인이하고 싶은 것을 막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믿고 신임을 했다. 엄한정 시인은 이렇게 하여 1957년에 서라벌 예대에 입학하면서 적극적인 문학수업을 하게 된다. 서라벌 예대에는 당시 서정주, 박목월, 김구용 등 쟁쟁한 교수들이 있어서 당시로서는 문학 지망생의 선망의 대상 대학이었다. 그 후 그는 1963년에 결혼을 하게 된다. 결혼식의 주례는 박목월 선생이고, 축사는 미당 서정주 선생이 맡아주었다. 이렇게 하여 엄 시인은 아동문학을 통해서 박목월 선생의 추천으로 1962년에서 1963년간 3회의 추천을 거처 동시로서 등단하였다. 그 후 1963년 서정주 선생이 현대문학을 통해 “별거 하는 당신”이라는 시를 추천하여 등단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문학적 열망을 불태우며 35년간의 교직생활을 끝내고 한국 농민문학회 회장, 한국문인산악회 회장, 한국문인 수석회 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부회장, 한국문인협회 감사 등을 지냈다.
그는 담담하게 문학적 교류에 대해서 말한다.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하고 싶어도 열망이 떨어져 생각 뿐 이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두뇌의 퇴화와 함께 문학도 개인의 소망으로부터 서서히 퇴화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는 아쉬움을 말한다. 그렇지요 그러나 항상 긴장감을 상실하지 않고 지속한다면 문학은 나이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나는 힘을 주어 문학적 긴장감은 늘 새로운 사유와 사상 그리고 상상의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려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요 그러나 늙는다는 것은 육체가 늙지 영혼이 어찌 늙겠느냐고 나는 항변한다. 어떤 것이나 변화와 진화 퇴화의 과정을 밟는다. 그리고 어떤 것이나 양면성을 가진다. 양면성은 발전의 에너지이며 존재의 확인이다. 즉 동전의 양면은 서로 등을 지고 있으면서 같은 값을 가지는 것과 같이 인간의 사유의 양면에도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양면성의 값은 발전에 있어서 같다. 부정과 긍정 또는 자유와 억압, 이데아와 사상, 현실과 미래 등등 그 사태들은 인간에게 많은 시련을 준다. 시련은 새로운 발전을 위한 에너지로서 충전되고 현실과 충돌한다. 많은 인간의 상상과 유추된 실험의 문학적 가치도 또한 충돌하고 발전하며 변화한다. 사이버 문학이란 현실이며 이제 머지않아서 더욱 발전하는 새로운 문학적 가치를 창조해 낼 수 있으며 변화해간다. 현재의 책 문화도 서로의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공존의 가치로 서로 융화해 갈 것이다. 그것은 5차원의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영상화의 새로운 메디아로서 현재의 시공간적인 통합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디지털화와 아날로그와의 충돌을 불가피하며 서로 보완하여 공존하는 전자 문명의 실체와 같다. 우리는 이제 전자문명의 초입에 들어 있다. 전자문명은 허구가 아닌 실체이며 실험이 아닌 우리가 살아서 존재해야 할 무한궤도의 공간으로서 문학도 이제는 공간을 뛰어 넘는 범세계적인 시공권을 장악하고 있다. 클릭이란 그러한 것의 세계를 여는 열쇠이며 누구나 초고속의 공간에서 자유를 누리며 자격요건과 상과 없이 개인 중심의 유익한 문화가 형성된다. 이를 통한 총화적인 가치로서 문학은 현재의 고립적 차별적 영역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 공유의 가치로서 서로간의 감정과 느낌을 통합하는 무한의 에너지로서 충전되는 문명발전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의 문명의 진화 또한 전자문명과 충돌하며 진화한다. 나는 이렇게 새로운 문명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한다. 엄 시인은 나보고 아직 태도에 있어서 팽팽하다고 한다. 나는 아직 문학적 열망에 대해서 긴장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하였다. 그리고 사회는 변화를 알려주는 거울이라 했다. 내가 촛불시위에 여러 번 카메라를 들고 잠입하여 현장을 보고 느낀 것을 말했다. 촛불 시위는 반미로 비쳐지고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 인간 존엄의 인격적 회복을 갈구하는 평범한 시민의 소망이며 밝힘이라 했다. 역시 그렇다. 촛불시위는 한국인의 인격회복과 인권의 존엄함에 대한 메시지 일뿐이다. 그것은 또한 일파만파 새로운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는 좌표이기도 하다. 촛불은 주위의 어둠을 밝히는 것과 같이 우리 모두 우리의 주변을 밝힐 때 새로운 세계와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우리의 수준에 맞는 문화와 인격이 필요하다. 그것의 주도는 문학이 이끈다. 그래서 문학은 가장 위대한 인간 삶의 지혜이며 가치이다. 우리는 지금 과연 어디쯤에 서 있을까? 그것을 푸는 것이 문학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들은 서로 긍정적 부정으로 늘 시끄러운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아무튼 혼란한 사회는 바로 올곧은 길을 모색하는 새로운 발전을 구가하는 것이니 희망이 아니겠습니까. 나는 많은 것에 대한 현실적 결론을 미루고 살피재 언덕길을 내려왔다. 엄한정 시인은 골목길까지 배웅하며 지름길을 일러준다. <엄한정 시인 프로필> 1936년 인천광역시 부평구 갈산동 출생/ 호는 오하(梧下) 혹은 염소(念少) 서라벌 예술대학 문창과 및 성균관대학교 졸업/ 1963년 '現代文學' 및 '아동문학'으로 등단 한국 농민문학회 회장 /· 한국문인산악회 회장 · /한국문인 수석회 회장 /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 한국현대시인협회부회장 / 한국문인협회 감사 / *시집 1976. <낮은자리>, 청자각 1987. <풀이 되어 산다는 것>, 홍익출판사 1991. <머슴새>, 풀길출판사 1999. <꽃잎에 섬이 가리운다>, 새천년문학사 1999.~2005. 동인지, 이한세상 1~6집 2005. 시선집, 면산담화(面山談話), 현대시단사 *수상 1990. 일분문학상 시부문 본상 1991. 한국현대시인상 본상 1997. 한국농민문학상 본상 1997. 국민훈장 석류장 수상 * 주소 및 전화 151-755 서울 관악구 봉천3동 관악현대A 110동 703호 ℡ : (02) 872-9248 016-289-9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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