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길
김종길(金宗吉, 1926년~ )은 대한민국 시인이며 영문학자이다.
경북 안동 출생으로,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이 입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성탄제》(1969),《하회에서》(1977),《황사 현상》(1986)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장과 고려대 교수를 역임하였다.[1]
작품[편집]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ㅡ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
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찿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설어운 설흔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
는 것은,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
일까.
ㅡ < 1955년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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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길 시인 :
1926년 경북 안동 출생,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194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문 」이 당선되어 등단. 1992년 교려대 영문학과 교수퇴임, 한국시인협회회장 역임.
현재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명예교수, 대한민국 예술원회원, 인촌문학상 수상, 대한민국
예술원상 수상, 시집 : 『성탄제 』『하회에서 』『해가 많이 짧아졌다 』『해거름 이삭
줍기 』등
* 김종길 시인은 명망있는 유학자 집안의 후예다. 漢學과 漢詩에도 조예가 깊었던 그가 선택한 것은
영문학이었다. 우리나라에서 英美詩와 시론(詩論), 특히 이미지즘을 소개하는 데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유가적(儒家的) 전통과 이미지즘(Imagism) 이 어우러진 그의 詩는 명징한 이미지, 절제된 표현,
선명한 주제의식을 그 특징으로 삼고있다.
산수유 열매는 고열에 약효가 있다. 열에 시달리는 어린것을 위해 산수유 열매를 찿아 눈 덮인 산을
헤매셨을 아버지의 발걸음은 얼마나 초조했을까. 할머니가 어머니의 부재를 대신하고 있으니 아버지
속은 얼마나 더 애련했을까 흰 눈을 헤치고 따오신 산수유 열매는 혹한(酷寒)을 견디느라 또 얼마나
말려 있었을까. 눈 속의 붉은 산수유 열매는, 바알간 숯불과 혈액과 더불어 성탄일의 빨간 포인세티아
를 떠올리게 한다. 아버지가 찿아 헤매셨던, 탄생과 축복과 생명과 거룩을 염원하는 빛깔이다. 생을
치유할 수 있는 약(藥)의 이미지다. ㅡ 현대시 100년....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 [29],
시인, 평론가인 정끝별님의 작품해설에서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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