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동시

[스크랩] 한국인의 애송童詩 (1 ~ 50) - 목록과 시

운산 최의상 2014. 2. 1. 18:47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1 ~ 50) - 목록과 시

 

 

제01편  이원수 - 고향의 봄
제02편  박성룡 - 풀잎 2

제03편  박홍배 - 나뭇잎 배

제04편  김용택 - 콩, 너는 죽었다 
제03편  권태응 - 감자꽃

제06편  최순애 - 오빠 생각

제07편  정두리 - 엄마가 아플 때 

제08편 이효선 - 과꽃

제09편 한인현 - 섬집 아기

제10편 김기림 - 봄

제11편 권영상 - 담요 한 장 속에 

제12편 윤석중 - 퐁당퐁당

제13편 정지용- 해바라기 씨 
제14편 문삼석 - 그냥

제15편 임석재 - 비 오는 날

제16편 피천득 - 꽃씨와 도둑

제17편 이문구 - 산 너머 저쪽 

제18편 오규원 - 나무 속의 자동차

제19편 한하운 - 개구리

제20편 윤동주 - 소년

제21편 신현득 - 문구멍

제22편 윤극영 - 반달

제23편 따오기 - 한정동

제24편 꼬까신 - 최계락
제25편 김구연 - 강아지풀

제26편 최승호 - 상어

제27편 신형건 - 손을 기다리는 건

제28편 박두순 - 하느님에게

제29편 목일신 - 누가 누가 잠자나

제30편 하청호 - 잡초 뽑기

제31편 이준관 - 밤이슬

제32편 서덕궃 - 봄편지

제33편 이상교 - 먼지야, 자니?

제34편 강소천 - 닭

제35편 김종상 - 미술시간

제36편 손동연 - 송아지가 아프면

제37편 방정환 - 귀뚜라미

제38편 권오순 - 구슬비

제39편 공재동 - 별

제40편 임길택 - 흔들리는 마음

제41편 박경종 - 초록바다

제42편 권오삼 - 도토리나무가 부르는 슬픈 노래

제43편 박경용 - 귤 한 개
제44편 안도현 - 호박꽃
제45편 오순택 - 아름다운 것
제46편 윤복진 - 씨 하나 묻고
제47편 한명순 - 옹달샘

제48편 엄기원 - 병아리

제49편 유경환 - 나무와 연못

제50편 박화목 - 과수원길

 

 

 

1

고향의 봄


이원수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꽃동네 새 동네 나의 옛 고향
파란 들 남쪽에서 바람이 불면
냇가에 수양버들 춤추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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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풀잎 2

 

박성룡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하고 그를 부를 때는,
우리들의 입 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나거든요.


바람이 부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몸을 흔들까요.
소나기가 오는 날의 풀잎들은
왜 저리 또 몸을 통통거릴까요.


풀잎은,
퍽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졌어요.
우리가 '풀잎' '풀잎' 하고
자꾸 부르면,
우리의 몸과 맘도 어느덧
푸른 풀잎이 돼버리거든요.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2』(조선일보 연재, 2008)

(『풀잎』. 창작과비평사. 1998)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선집 1900∼2000. 4편 수록 중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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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뭇잎 배


박홍근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푸른 달과 흰 구름 둥실 떠가는
연못에서 사알 살 떠다니겠지.


연못에다 띄워 논 나뭇잎 배는
엄마 곁에 누워도 생각이 나요.
살랑살랑 바람에 소곤거리는
갈잎 새를 혼자서 떠다니겠지.

 

 


<1955〉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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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콩, 너는 죽었다

 

김용택

 

 

콩 타작을 하였다
콩들이 마당으로 콩콩 뛰어나와
또르르또르르 굴러간다
콩 잡아라 콩 잡아라
콩 잡으러 가는데
어, 어, 저 콩 좀 봐라
구멍으로 쏙 들어가네


콩, 너는 죽었다

 

 

(1998)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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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감자꽃

 

권태응

 

 

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5』(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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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빠생각

 

최순애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때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귓들 귓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1925)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6』(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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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엄마가 아플 때

 

정두리

 


조용하다.
빈집 같다.

 

강아지 밥도 챙겨 먹이고
바람이 떨군
빨래도 개켜 놓아 두고

 

내가 할 일이 뭐가 또 있나.

 

엄마가 아플 때
나는 철든 아이가 된다.

 

철든 만큼 기운이 없는
아이가 된다

 

 


(1988)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7』(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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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과꽃


이효선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곷이 피면 꽃밭에서 아주 살았죠


과꽃 예쁜꽃을 들여다 보면
꽃속에 누나얼굴 떠오릅니다.
시집간지 온 삼년 소식이 없는
누나가 가을이면 더 생각나요

 

 

 

(1953)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8』(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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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섬집 아기


한인현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 못 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옵니다.

 

 

 

<1950년>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9』(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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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김기림

 

 

사월은 게으른 표범처럼
인제사 잠이 깼다.
눈이 부시다
가려웁다
소름친다
등을 살린다
주춤거린다
성큼 겨울을 뛰어 넘는다.

 

 


(1946)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0』(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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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담요 한 장 속에


권영상

 

 

담요 한 장 속에
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누웠다.
한참 만에 아버지가
꿈쩍이며 뒤척이신다.
혼자 잠드는 게 미안해
나도 꼼지락 돌아눕는다.
밤이 깊어 가는데
아버지는 가만히 일어나
내 발을 덮어주시고
다시 조용히 누우신다.
그냥 누워 있는 게 뭣해
아버지 ― 하고 부르고 싶었다.
그 순간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 네.
나는 속으로만 대답했다.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1』(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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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퐁당퐁당

윤석중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에 퍼져라 멀리 멀리 퍼져라
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지러 주어라.

퐁당퐁당 돌을 던지자
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
냇물아 퍼져라 퍼질대로 퍼져라
고운노래 한마디 들려달라고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지러 주어라.

 

 

 

<1932년>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2』(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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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해바라기 씨


정지용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리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마주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악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갔다가
소리를 꽥!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구리 고놈이다.

 

 


(1939)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3』(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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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그냥

 

문삼석

 

 

엄만
내가 왜 좋아?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그냥….

 

 

 

(2000)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4』(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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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비 오는 날

 

임석재

 


조록조록 조록조록 비가 내리네.
나가 놀까 말까 하늘만 보네.
 

쪼록쪼록 쪼록쪼록 비가 막 오네.
창수네 집 갈래도 갈 수가 없네.


주룩주룩 주룩주룩 비가 더 오네.
찾아오는 친구가 하나도 없네.


쭈룩쭈룩 쭈룩쭈룩 비가 오는데
누나 옆에 앉아서 공부나 하자.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5』(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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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꽃씨와 도둑

 

피천득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1997)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6』(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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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산 너머 저쪽

 

이문구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에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1988)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7』(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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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나무 속의 자동차


오규원

 


뿌리에서 나뭇잎까지
밤낮없이 물을
공급하는
나무
나무 속의
작고작은
식수 공급차들


뿌리 끝에서 지하수를 퍼 올려
물탱크 가득 채우고
뿌리로 줄기로
마지막 잎까지
꼬리를 물고 달리고 있는
나무 속의
그 작고작은
식수 공급차들


그 작은 차 한 대의
물탱크 속에는
몇 방울의 물
몇 방울의 물이
실려 있을까
실려서 출렁거리며
가고 있을까


그 작은 식수 공급차를
기다리며
가지와 잎들이 들고 있는
물통은 또 얼마만할까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8』(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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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개구리

 

한하운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1949)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19』(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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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소년

 

윤동주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

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씻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을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픔 얼굴 -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눈을 감아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람처럼 슬픔 얼굴 - 아름다운 순

이의 얼굴은 어린다.

 

 


(1939)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0』(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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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문구멍

 

신현득

 


빠꼼 빠꼼
문구멍이
높아간다.


아가 키가
큰다.
  


(1959)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1』(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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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반달


윤극영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2』(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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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따오기

 

한정동

 


보일듯이 보일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 메이뇨
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돋는 나라

 

잡힐듯이 잡힐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
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 메이뇨
내 아버지 가신 나라 달돋는 나라

 

 


<1925년>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3』(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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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꼬까신

 

최계락

 


개나리 노오란
꽃 그늘 아래


가즈런히 놓여 있는
꼬까신 하나


아가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거주론하 가다리는
꼬까신 하나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4』(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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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강아지풀

 

김구연

 

 

오요요
오요요
불러볼까요.
보송보송
털 세우고
몸을 흔드는.
강아지풀
강아지풀
불러볼까요.

 

 


〈1988년〉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5』(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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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상어

 

최승호

 

 

어쩌지 상어가 창문을 물어뜯으면
어쩌지 상어가 침대를 물어뜯으면
어쩌지 상어가 지붕을 물어뜯으면
어쩌지 상어가 비행기를 물어뜯으면
어! 상어가 해님을 물어뜯었어

 

 

 
(2006)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6』(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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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손을 기다리는 건

 

신형건

 

 

손을 기다리는 건
어제 새로 깎은 연필,
내 방문의 손잡이,
손을 기다리는 건
엘리베이터의 9층 버튼
칠판 아래 분필가루투성이 지우개,
때가 꼬질꼬질한 손수건,
애타게 손을 기다리는 건
책상 틈바구니에 들어간
30센티미터의 뿔자,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퍼줄 조각 하나,
정말 애타게 손을 기다리는 건
손, 꼬옥 잡아 줄
또 하나의
손.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7』(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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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하느님에게

 

박두순

 

 

때맞춰 비를 내리시고
동네 골목길을
청소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가슴아픈 일이 있어요.
개미네 집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개미네 마을은
그냥 두셔요.


구석에 사는 것만 해도
불쌍하잖아요
가끔 굶는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8』(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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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누가 누가 잠자나

 

목일신

 


넓고 넓은 밤하늘엔
누가 누가 잠자나
하늘나라 아기별이
깜빡깜빡 잠자지.
깊고 깊은 숲 속에선
누가 누가 잠자나
산새 들새 모여앉아
꼬빡꼬빡 잠자지.
포근포근 엄마 품엔
누가 누가 잠자나
우리아기 예쁜 아기
새근새근 잠자지.

 


 

〈1933〉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29』(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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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잡초 뽑기/하청호

 

 

풀을 뽑는다
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다.
흙 또한
뿌리를 움켜쥐고 있다.


뽑히려고 푸들거리는 풀
호미 날이 칼 빛으로 빛난다.
풀은 작은 씨앗 몇 개를
모래
구덩이에 던져 놓는다.

 


〈1986〉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0』(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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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밤이슬

 

이준관

 

 

풀잎 위에
작은 달이 하나 떴습니다.
앵두알처럼 작고 귀여운
달이 하나
떴습니다.
풀벌레들이 어두워할까 봐
풀잎 위에
빨간 달이 하나
몰래 몰래 떴습니다.

 

 


〈1998〉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1』(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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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봄편지

 

서덕출

 


연못가에 새론 핀
버들잎을 따서요.
우표 한 장 붙여서
강남으로 보내면
작년에 간 제비가
푸른 편지 보고요
조선 봄이 그리워
다시 찾아옵니다.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2』(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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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먼지야, 자니?

 

이상교

 


책장 앞턱에
보얀 먼지.
"먼지야, 자니?"
손가락으로
등을 콕 찔러도 잔다.
찌른 자국이 났는데도
잘도 잔다.
 

 

 

(2006)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3』(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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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강소천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또 한 모금 입에 물고
구름 한번 쳐다보고

 

 

 

(1937)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4』(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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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미술시간

 

김종상

 

 

그림붓이 스쳐간 자리마다
숲이 일어서고 새들이 날고
곡식이 자라는 들판이 되고
내 손에 그려지는
그림의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
그렇게 그려서 만든 것이 아닐까?
색종이를 오려 붙여가면
집이 세워지고 새 길이 나고
젖소들이 풀을 뜯는 풀밭도 되고
색종이로 꾸며 세운
조그만 세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아무도 모르는 어느 큰 분이
그렇게 만들어서 세운 것이 아닐까?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5』(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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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송아지가 아프면

 

손동연

 

 

송아지가 아프면 온 식구가 다 힘 없제
외양간 등불도 밤내 잠 못 이루제.
토끼라도 병나면 온 식구가 다 앓제
순덕이 큰 눈도 토끼 눈처럼 빨개지제.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6』(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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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귀뚜라미 소리

 

방정환

 


귀뚜라미 귀뚜르르 가느단 소리,
달님도 추워서 파랗습니다.
울 밑에 과꽃이 네 밤만 자면,
눈 오는 겨울이 찾아온다고,
귀뚜라미 귀뚜르르 가는단 소리,
달밤에 오동잎이 떨어집니다.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7』(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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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구슬비

 

권오순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고이고이 오색실에 꿰어서
달빛 새는 창문가에 두라고
포슬포슬 구슬비는 종일
예쁜 구슬 맺히면서 솔솔솔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8』(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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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공재동

 

 

즐거운 날 밤에는
한 개도 없더니
한 개도 없더니


마음 슬픈 밤에는
하늘 가득
별이다.


수만 개일까.
수십만 갤까.


울고 싶은 밤에는
가슴에도
별이다.


온 세상이
별이다.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39』(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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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흔들리는 마음

 

임길택

 

 

공부를 않고
놀기만 한다고
아버지한테 매를 맞았다.


잠을 자려는데
아버지가 슬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는 척
눈을 감고 있으니
아버지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미워서
말도 안 할려고 했는데
맘이 자꾸만 흔들렸다.

 

 

(1995)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0』(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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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초록 바다

 

박경종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파란 하늘빛 물이 들지요.
어여쁜 초록빛 손이 되지요.
초록빛 여울물에 두 발을 담그면
물결이 살랑 어루만져요.
우리 순이 손처럼 간지럼 줘요.

 

 


(1962)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1』(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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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도토리나무가 부르는 슬픈 노래

 

권오삼

 

 

아이구 못 살겠네
성미 급한 사람들 땜에
빨리빨리 도토리를 떨어뜨리지 않았다간
골병 들어 죽겠네
너도나도 커다란 돌덩이로
내 몸뚱이를
마구 두들겨 대서.


떨어뜨리세 떨어뜨리세
얼른얼른 떨어뜨리세
저 욕심쟁이들 머리 위로
내 작고 귀여운 열매
어서어서 떨어뜨리세
눈물처럼 똑, 똑, 똑,

 

 

(2001)

도토리나무가 부르는 슬픈 노래

 

권오삼

 

 

아이구 못 살겠네
성미 급한 사람들 땜에
빨리빨리 도토리를 떨어뜨리지 않았다간
골병 들어 죽겠네
너도나도 커다란 돌덩이로
내 몸뚱이를
마구 두들겨 대서.


떨어뜨리세 떨어뜨리세
얼른얼른 떨어뜨리세
저 욕심쟁이들 머리 위로
내 작고 귀여운 열매
어서어서 떨어뜨리세
눈물처럼 똑, 똑, 똑,

 

 

(2001)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2』(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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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귤 한 개

 

박경용

 

 


한 개가
방을 가득 채운다.


짜릿하고 향긋한
냄새로
물들이고


양지쪽의 화안한
빛으로
물들이고


사르르 군침 도는
맛으로
물들이고



한 개가
방보다 크다.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3』(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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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호박꽃

 

안도현

 


호호호호 호박꽃
호박꽃을 따버리면
애애애애 애호박
애호박이 안 열려
호호호호 호박전
호박전을 못 먹어
 

 


(2007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4』(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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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아름다운 것
    

오순택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기다.


아기의 눈.
아기의 코.
아기의 입.
아기의 귀.


그리고
아기의 손가락
아기의 발가락.


아기는
이따가 필 꽃이다.

 

 

 

(2005)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5』(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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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씨 하나 묻고

 

윤복진

 

 

봉사 나무
씨 하나
꽃밭에 묻고,


하루 해도
다 못 가
파내 보지요,


아침 결에
묻은 걸
파내 보지요.

 

 

(1949)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6』(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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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옹달샘

 

한명순

 

 

조그만 손거울
숨겨 두고


하늘이 날마다
들여다본다.


산속에 숨겨둔
옹달샘 거울


가끔씩 달도
보고 간다.

 

 

(2005)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7』(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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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병아리

 

엄기원

 

 

조그만 몸에
노오란 털옷을 입은 게
참 귀엽다.


병아리 엄마는
아기들 옷을
잘도 지어 입혔네.


파란 풀밭을 나가 놀 때
엄마 눈에 잘 띄라고
노란 옷을 지어 입혔나 봐.
길에 나서도
옷이 촌스러울까봐


그 귀여운 것들을
멀리서
꼬꼬꼬꼬
달음질시켜 본다.

 

 


(1997)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8』(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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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나무와 연못

 

유경환

 


봄이 왔다
새들이 가지에 앉아 노래했다


나무가 말했다
고맙다
그러자 연못이 입을 열었다
나도 잘 들었어


물이나 한 모금식 마시고 가렴
새들이 포롱포롱 물 마시고 갔다.

 

 

<2007>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49』(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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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과수원길

 

박화목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


아이얀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아카시아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길.

 

 

-『현대시 100년 한국인의 애송童詩 50편 50』(조선일보 연재,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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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동심의 창'을 열어요

오늘부터 '현대시 100년 연속 기획…한국인의 애송 童詩 연재'

 

발행일 : 2008.05.12 / 문화 A17 면 기고자 : 김태훈 

 
 종이신문보기

"한국 현대시 100년을 여는 첫 작품으로 꼽히는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가 1908년 《소년》에 실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 현대시의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 동시로 시작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이준관 시인)

"동시는 단순해 보이지만 읽으면 성인 시 못지 않은 감동을 줍니다. 동심이란 창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 깃든 보편적 원체험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키기 때문입니다."(박두순 시인)

한국 현대시 100년을 맞아 조선일보가 연재한 〈현대시 100년…시인 100명이 추천한 애송시 100편〉의 후속으로 〈현대시 100년 연속 기획… 한국인의 애송 동시〉가 오늘부터 본지에 연재된다. ▶첫회 <고향의 봄> A23면

〈고향의 봄〉 〈감자꽃〉 〈나뭇잎 배〉 등 가장 순수한 심성으로 인간과 자연, 사랑을 노래해 오랫동안 한국인이 읊어온 동시들이 매일 아침 독자를 찾아간다. 주옥 같은 동시들을 선정하기 위해 시인과 평론가들이 추천 및 선정위원으로 기획에 참여했다. 이상교 한국동시문학회장을 비롯해 동시 시인 이준관 박두순 정두리 신형건씨, 시인 김용택 최승호 안도현 신현림씨, 아동문학평론가 김용희씨 등 10명은 지난달 말 '한국인의 애송 동시' 선정 작업을 벌였다.

각자 10편씩 추천한 결과, 시인 72명의 작품 126편이 1회 이상 추천을 받았다. 이원수의 〈고향의 봄〉이 총 8회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권태응의 〈감자꽃〉이 7회로 뒤를 이었다. 추천 결과에 대한 의미, 현대시 100년을 맞아 동시 문단에 주어진 과제 등을 주제로 위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상교 동시문학회장은 "현대시 100주년을 맞아 동시 부흥을 위해 동시화(童詩畵)전시회와 동시 낭송회 등을 준비하고 있던 터였다"는 말로 동시 연재를 반겼다. 정두리 시인은 "추천 받은 작품들을 보니 동시의 지평을 다양하게 보여주는 시들"이라며 "이를 토대로 지난 100년간 동시 문단이 이룬 성과를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용택 시인은 "노래로 된 시, 교과서에 실린 시들이 오래 기억되는 것은 그 작품들이 많은 사람에게 읽혔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재를 통해 더 많은 동시가 독자와 만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현직 의사이면서 아동문학 출판사도 운영하는 신형건 시인은 "동시의 문학적 가치가 이번 기회를 통해 주목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동주 동시집을 내기 위해 자료를 조사해봤더니 120여편의 시 가운데 30편 이상이 동시였고, 50편 정도는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시였다"며 "문학사적으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신현림 시인도 "김소월 김기림도 동시를 썼고, 백석의 시도 사투리를 표준말로 바꿔 읽어보니 동시가 되더라"며 거들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동시를 즐기지만, 고학년에 오르면서부터 동시를 멀리하는 문화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이준관 시인은 "동시가 여전히 1960~70년대 창작 틀에 갇혀 있다"며 "어린이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동요가 나오려면, 먼저 동시 쓰는 우리가 참신한 노랫말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고 했고, 신형건 시인은 구체적으로 "7·5조의 음수율을 벗어나 새로운 호흡으로 시를 써 보자"고 제안했다.

 

 

출처 : 경기문학인협회
글쓴이 : 종로삼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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